2009년 방송사 퇴직 후 10년 이상 경과
인맥·현직 후배 거론하며 "보도 가능" 장담
11차례 걸쳐 2100만원 송금받았지만
계좌에선 상품권·접대 흔적 확인 안돼
法 "범행 후 정황 좋지 않아"
인맥·현직 후배 거론하며 "보도 가능" 장담
11차례 걸쳐 2100만원 송금받았지만
계좌에선 상품권·접대 흔적 확인 안돼
法 "범행 후 정황 좋지 않아"
[파이낸셜뉴스] 아파트 사업 시행권을 박탈당한 사안이 뉴스로 보도되도록 도와주겠다며 로비 자금을 요구해 수천만원을 받아 챙긴 7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이중민 판사)은 지난달 사기 혐의로 기소된 전직 방송국 예능PD 이모씨(75)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이씨는 한 지상파 방송국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경력과 방송계 인맥을 내세워 뉴스 보도를 성사시켜주겠다고 속인 뒤 거액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지난 2022년 4월 건설회사 대표 A씨에게 접근해 "방송계에 오래 근무해 현직에 아는 후배들이 많다"며 "방송 관계자에게 로비할 돈을 주면 B건설기업이 아파트 사업 시행권을 박탈한 내용을 뉴스에 보도되게 해주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씨는 실제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더라도 해당 사안을 뉴스로 보도되게 할 의사나 능력은 전혀 없었으며 받은 돈 역시 생활비 등 사적인 용도로 사용할 생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이 같은 거짓말로 피해자를 속여 2022년 5월 2일 자신의 명의의 은행 계좌로 600만원을 송금받은 것을 시작으로 같은 해 9월 6일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합계 2100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씨가 "보도 영상 촬영 시 카메라 각도에 따라 시청자에게 주는 인상이 달라지고 촬영팀이 대기하는 데도 경비가 소요되니 이들을 챙겨줘야 한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여 2022년 5월 2일 하루에만 1000만원을 송금받은 사실도 판결문에 적시됐다.
이후 해당 사안이 뉴스로 보도되지 않자 A씨는 이씨에게 지급한 돈의 반환을 요구했지만, 이씨는 구체적인 사용처를 밝히지 않은 채 반환 의사를 내비치다 고소가 이뤄진 뒤에야 "17차례에 걸쳐 방송국 관계자와 정치인 등에게 합계 1100만원 상당의 식사를 접대하고 18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제공했다”며 접대 명단을 제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씨가 주장한 접대 대상자 다수가 이미 방송국을 떠난 인물이거나 보도국과 무관한 인물들이었으며 특정 방송사의 특정 사안 보도에 관여할 위치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현역 방송 기자에게 시행권 보도 관련 청탁을 했다는 주장 역시 연령·경력 차이 등을 고려할 때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봤다.
실제 이씨는 법정에서도 접대 대상자의 실명 공개를 거부했으며 그 누구로부터도 "시행권 보도 청탁을 받은 사실이 있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받아 제출하지 못했다. 이에 재판부는 접대 명단이 허구이거나 일부 접대가 사실이더라도 보도 청탁과는 무관한 사적 모임 비용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계좌 거래내역 역시 이씨의 주장을 뒷받침하지 못했다. 이씨는 편취금을 송금받은 계좌에서 편의점·카페·약국 결제금액과 택시요금 등을 지출했으며 상당액을 현금으로 인출했다. 반면 이씨가 주장한 식대 결제나 상품권 구매 내역은 계좌 거래 내역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 당시 방송국에서 퇴직한 지 10년 이상 경과한 상태였고, 재직 당시에도 뉴스 보도와 무관한 예능 프로듀서로 근무했다"며 "동종 범죄 전력이 없는 점은 유리한 정상이나 같은 명목으로 피해자를 기망했으며 피해자로부터 고소당한 후 무고로 맞고소하는 등 범행 후 정황이 좋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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