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테헤란로

[테헤란로] 처리 시급한 ‘대미투자특별법’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04 18:40

수정 2026.03.04 18:40

김학재 산업부 차장
김학재 산업부 차장
미국과 이란 전쟁에 세계 정세가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다른 불안요소도 여전하다. 바로 관세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대규모 대미투자 등의 합의를 번복하려 들면 갖은 수단을 동원해 강력한 보복에 나설 수 있다고 대놓고 경고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올릴 명분은 다양하다.

다행히 우리 정부는 한미 양국 간 기존 합의 이행을 위해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히면서 트럼프 행정부를 자극하지 않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정작 우리 국회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을 처리할 대미투자특별위원회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는 점에서 한숨이 절로 나온다.

대미투자특별법은 예산 논의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청문회 등의 이유로 두 달 넘게 소관 상임위에 계류됐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압박 이후 국회는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대미투자특위를 구성했지만 여당의 '사법개혁 3법' 강행 처리에 야당이 보이콧하면서 특위는 멈춰 섰다.

미국이 결국 관세 인상을 밀어붙인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당장 우려되는 건 중소기업들이 볼 피해다. 중소기업들은 구조적으로 관세 부담을 흡수할 여력이 제한적이다. 관세 인상은 곧바로 수익성 악화와 고용, 기업 존속 문제로 직결된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중소기업의 대미 수출액 기준 관세율이 단 5%p만 올라도 중소기업들은 약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추가 관세 부담을 짊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동일한 5%p 인상 시 대미수출 규모 2위인 반도체 산업이 추가 부담할 약 7500억원의 1.7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99.9%가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들의 매출은 전체 기업의 45%에 달하고, 종사자 수는 1900만명을 훌쩍 넘는다. 전국 산업단지에 포진한 중소기업들의 대미수출이 악화되면 고용위축과 소비악화로 경제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전이라도 한미 합의 이행 의지를 보여주고자 대미투자 후보 프로젝트를 미리 검토 중이다. 하지만 대미투자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 다른 어떠한 조치에도 '합의 불이행'이란 딱지를 떼지 못할 수 있다.
이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보복의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특별법 처리가 계속 지연될수록 관세 리스크는 기업과 지역경제의 부담으로 고착될 수 있다.
중소기업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대미투자특별법의 조속한 처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hjkim01@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