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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분쟁·세금·과징금 등 재산권 사건도 재판소원 가능 [재판소원제 시행 첫날]

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12 18:54

수정 2026.03.12 18:53

기본권 침해 명백할때 심리 대상
로펌들, 전담팀 꾸리고 대응 나서
확정된 법원 판결의 헌법 위반 여부를 다투는 재판소원제도가 12일 공식 시행되면서 부동산·세금 등 재산권 관련 사건도 헌법재판소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법조계는 내다본다. 임대차 분쟁이나 과세 처분을 놓고 '재산권 침해'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온 만큼, 재판소원 절차에서도 유사한 불복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시행된 개정 헌법재판소법은 형사·민사·행정 등 모든 확정 판결에 대해 선고일로부터 30일 이내 재판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법원 재판이 헌재 결정에 반하거나 적법 절차를 위반하는 등 기본권 침해가 명백한 경우가 심리 대상이다. 이로써 헌법 23조로 보장된 재산권 침해나 평등권, 조세법률주의(세금 부과는 반드시 법률에 따라야 한다는 원칙) 위반 등을 주장하는 경제 관련 사건도 헌재 판단을 구할 길이 열린 셈이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분야는 부동산 명도 소송이다. 명도소송은 매수인이 대금을 지급했으나 점유자가 부동산을 넘겨주지 않을 때 제기하는 절차다. 기존에는 확정 판결로 분쟁이 마무리됐지만 앞으로는 패소한 쪽이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며 헌재에 재판소원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

예컨대 임대인이 월세 미납 등을 이유로 임차인을 상대로 승소해 퇴거 명령을 받아내더라도, 임차인이 주거 안정이나 행복추구권 침해 등을 주장하며 헌재 판단을 구하는 사례를 들 수 있다. 한 민사 재판부 부장판사는 "행복추구권이나 주거 안정 문제를 근거로 임차인 측이 재판소원을 제기할 수도 있다"며 "생존권 문제가 걸리면 헌재에서도 판단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임대사업자 의무 규정이나 계약갱신요구권 등 임대차 제도와 관련해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는 사건이 제기될 여지도 있다. 다만 재판소원 제기만으로 판결 효력이 정지되지는 않고, 효력 정지를 위한 별도의 헌재 가처분을 신청해 인용받아야 한다.

세금과 과징금 부과 사건 역시 재판소원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동안 헌재에는 지방세법 등 과세 규정이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된다거나 규정이 모호해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이 제기된 바 있다. 유사한 방식으로 재산권 침해나 과세 형평성 문제, 최소침해 원칙(국민 기본권을 가장 덜 침해하는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는 원칙) 위반 등을 이유로 재판소원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제도가 이제 막 만들어진 단계라 어떤 유형의 사건이 접수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헌재가 재판소원 본안심사로 얼마나 통과시킬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태평양 등 국내 주요 로펌들은 각 재판소원 팀을 꾸려 다양한 유형의 재판소원 제기 사건에 대응할 채비를 마쳤다. 특히 주요 고객인 기업들이 겪게 될 다양한 재산권 침해 사건들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로펌 재판소원 TF 소속 변호사는 "확정된 사건이 재판소원이 가능한지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신청기한이 확정판결로부터 30일이라 빠듯해 헌법 위반 여부를 빠르게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