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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하이닉스 美 상장 검토… D램값 안정화 방안 곧 발표" [GTC 2026 개막]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17 18:25

수정 2026.03.17 18:24

최, 젠슨 황 만나 'AI 동맹' 과시
하이닉스 글로벌기업 육성 의지
젠슨 황 '젠슨♡하이닉스' 찬사
공급량 확대·증설 가속화 예상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대회인 'GTC 2026'에 참석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앞줄 오른쪽 세번째)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앞줄 오른쪽 두번째)이 지켜보는 가운데 SK하이닉스 전시장에서 HBM4와 소캠2(SOCAMM2)가 탑재된 베라 루빈 칩 시제품에 '젠슨♡SK하이닉스'라고 서명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대회인 'GTC 2026'에 참석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앞줄 오른쪽 세번째)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앞줄 오른쪽 두번째)이 지켜보는 가운데 SK하이닉스 전시장에서 HBM4와 소캠2(SOCAMM2)가 탑재된 베라 루빈 칩 시제품에 '젠슨♡SK하이닉스'라고 서명하고 있다.
'젠슨♡SK하이닉스'라고 서명한 베라 루빈 시제품. 로이터연합뉴스
'젠슨♡SK하이닉스'라고 서명한 베라 루빈 시제품. 로이터연합뉴스
"SK하이닉스가 미국 증시에 상장된다면 더욱 글로벌한 회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회의 'GTC 2026'에서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방식으로 SK하이닉스를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회장이 직접 SK하이닉스의 미국 증시 상장 검토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최종 의사결정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 회장은 이번 GTC 행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한달 만에 다시 만나 인공지능(AI) 반도체 동맹을 과시하는 등 SK하이닉스를 글로벌 AI 인프라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美 상장 시, 성장동력 주입

이날 최 회장은 행사장 내 SK하이닉스 전시부스를 찾은 황 CEO와 함께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탑재되는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4)와 저전력 서버용 D램 모듈 신제품인 SOCAMM2 등을 함께 살펴봤다.

황 CEO가 양사의 대표 협력 전시 제품인 베라 루빈에 "JENSEN ♡ SK HYNIX" 친필 서명을 남겨 현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양측 간 만남은 지난 2월 실리콘밸리 치맥 회동 이후 한달 만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베라 루빈에 탑재되는 HBM4의 약 70%를 공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행사에서 맞춤형 HBM, 데이터센터용 고용량 스토리지인 eSSD, 온디바이스 AI 메모리인 LPDDR5X 등 다양한 솔루션도 함께 공개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ADR 방식으로 미국 증시에 SK하이닉스를 상장하는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ADR은 미국 증시 직접 상장을 대체한 방식이다. 한국 등 미국 외 지역에서 발행한 원주식을 미국 현지 예탁기관에 수탁하면 해당 기관이 달러 표시 증서를 발행하게 되고, 이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일반 미국 주식처럼 사고파는 구조다. 최 회장은 "한국 주주들뿐 아니라 미국 및 글로벌 주주들에게 노출돼 더 글로벌한 회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의 시총 목표를 2000조원(이날 약 692조원)으로 제시한 바 있다. SK하이닉스의 HBM 동맹 중 한 곳인 TSMC(1997년 미 증시 상장)가 바로 이 방식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투자 발판을 마련했다. 미국 증시 진출 전에 수십억달러 수준이었던 TSMC의 시총은 현재 100배 이상 오른 1조7646억달러(약 2300조원) 수준이다.

■"D램 가격 안정화 방안 발표할 것"

최 회장은 이날 칩플레이션(반도체 가격 폭등) 심화와 관련,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상태"라며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D램 가격 안정화 방안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깜짝 발언'을 내놨다. 최 회장은 반도체 가격 안정화를 위해 웨이퍼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스마트폰과 PC 같은 업계에서는 D램을 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으며, 이는 AI 회사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라는 인식도 함께 내보였다. 국내외 전기전자 등 고객사는 물론이고, 정부 역시 최 회장의 발언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D램 가격은 1년 새 10배 이상 폭등했으며, 올 상반기에도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 회장이 언급한 'D램 가격 안정화 방안'으로는 공급량 확대, 증설 가속화, 가격 인상 억제 메시지 등이 거론된다. 최 회장 역시 "웨이퍼 확보에 최소 4~5년이 걸리며, 2030년까지 전 세계 웨이퍼 공급부족이 20%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거나 "전력, 건설능력, 용수 등 여러 자원이 부족해 공급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언급한 만큼, 단기에 반도체 가격 상승세를 꺾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 회장은 제조 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생산능력을 구축하는 데에는 5~7년 정도가 걸리며, 이는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라며 "한국은 이미 기반이 잡혀 있어서 훨씬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 우리는 한국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