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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도 변호사 쓴다"… 형사 성공보수 부활에 사법 문턱 '들썩'

정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24 16:14

수정 2026.03.24 16:14

'법률서비스' 접근성 높아지지만
'전관예우 심화' 우려도
형사사건에서 승소한 경우 사전에 약속했다면 변호사에게 성공보수를 지급해야 한다는 하급심 판단이 나왔다. 변호사 성공보수를 무효로 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11년 만이다. 사진은 법원 로고. 사진=뉴시스
형사사건에서 승소한 경우 사전에 약속했다면 변호사에게 성공보수를 지급해야 한다는 하급심 판단이 나왔다. 변호사 성공보수를 무효로 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11년 만이다. 사진은 법원 로고.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형사사건 변호사의 성공보수 약정에 대해 11년 만에 새로운 사법적 판단이 나오면서 법조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모든 형사사건의 성공보수 약정을 일률적으로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나온 만큼 의뢰인과 변호인 간의 계약 관행도 크게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관예우 심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지만, 법조계 내부에서는 실보다 득이 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대법원에서 이 결론이 확정될 경우 초기 수임료인 착수금 문턱이 낮아져 국민의 사법 시스템 접근성이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3부(당시 최성수·임은하·김용두 부장판사)는 지난 1월 23일 A 법무법인이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약정금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을 일률적으로 무효화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15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형사사건 성공보수를 무효로 선언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은 기본적 인권 옹호와 사회 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며 "민법 제103조(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에 따라 무효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11년 만에 이를 뒤집는 하급심 판단이 나오자 법조계는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비록 항소심 판결이지만, 대법원에서 새로운 판단이 나올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관측이 나온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우선 형사사건의 수임료 구조가 크게 변화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는 성공보수 약정이 인정되지 않아 변호인들이 초기 착수금을 높게 책정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경제적 여유가 없는 의뢰인들은 질 높은 법률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착수금이 높다 보니 경제적으로 어려운 의뢰인들이 사건을 맡기는 데 문턱이 높았다"며 "성공보수가 인정된다면 초기 비용 부담이 낮아져 법률 서비스 접근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비스 품질 향상에 대한 기대도 크다. 착수금보다 성공보수 비중이 높아지면 변호인이 승소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 유인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한 변호사 간 경쟁 체제가 강화되면서 전반적인 서비스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성공보수를 지급하지 않는 의뢰인에 대한 강제집행도 수월해질 전망이다. 현재는 대법원 판결 탓에 민사소송에서 별도로 승소하지 않는 한 성공보수금에 대한 강제집행이 어렵다. 그러나 약정 자체가 법적으로 인정되면 계좌 동결 등 즉각적인 강제 조치가 가능해진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채권(성공보수) 회수의 강제성이 부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11년 전 대법원 판결이 사실상 '전관예우' 근절을 겨냥했던 만큼, 성공보수가 부활하면 전관 출신 변호사와 재판부 간의 유착이 다시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관 변호사가 높은 보수를 받기 위해 재판부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비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다.


또 다른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과거 판결은 전관 특혜를 막기 위한 고육책이었다"며 "성공보수가 부활하면 전관 변호사들이 재판부에 전화를 거는 등 유착이 심해지고 사법 신뢰도가 다시 추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