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재판소원 인용률 해외 평균 0.5%.. 사전심사 통과도 5% 미만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25 16:29

수정 2026.03.25 16:28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모습. 헌재는 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재판소원 제도 시행 이후 지정재판부 사전심사에서 접수된 총 153건중 26건의 청구 사건에 대해 각하결정을 내렸다. 뉴스1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모습. 헌재는 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재판소원 제도 시행 이후 지정재판부 사전심사에서 접수된 총 153건중 26건의 청구 사건에 대해 각하결정을 내렸다. 뉴스1


재판소원제 시행 중 나라의 사전심사, 인용률
(%)
독일 스페인 대만
사전심사 통과 5~8 1~3 1~7
본안 인용률 0~1 0.3~0.5 0.5
(법무법인 바른 )

[파이낸셜뉴스] 재판소원제 시행 후 헌법재판소 첫 사전심사를 받게된 26건이 모두 각하된 가운데 앞서 이를 시행한 다른 국가에서도 사전심사 통과 비율은 100건 중 5건 정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제도 시행 초기인 점을 고려하면 무분별한 소송 남발에 대한 걱정은 시기상조라는 분석이다. 2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하루 전인 24일 재판소원제 첫 사전심사 결과 신청된 26건에 대해 모두 각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각하 이유로는 기본권 침해 사유 충족 미비가 17건, 판결 확정 후 30일내 청구기간 도과 5건 등이 꼽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4심제 현실화', '소송 남발' 등 우려가 나오지만 제도시행 초기인 만큼 아직은 기우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보다 앞서 재판소원제를 시행 중인 독일, 스페인, 대만도 사전심사로 걸러지는 비율이 최대 99%에 달하기 때문이다.

시기별로 다르지만 독일은 사전심사 단계 각하 비율이 92~95%, 스페인 97~99%, 대만 93~99% 수준이다. 3개국 평균 사전심사가 통과 본안 심사를 받는 평균은 100건당 4.2건 수준이다. 사전심사를 통과해 본안 심사를 받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확률은 3개국 평균 0.5% 수준에 불과하다. 독일은 0~1%, 스페인 0.3~0.5%, 대만 0.5% 수준이다. 해외 사례에서도 1000건의 재판소원 심사 청구당 인용률은 5건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박성호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국민의 기본권 침해시 입법권, 행정권에 대한 구제 제도는 있었지만 법원의 재판이라는 공권력에 대해서만은 예외였다"며 "재판소원제는 '4심제', '또 다른 형태의 재심'이 아니라 기본권 보장을 위한 '헌법심'"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보다 앞서 재판소원제가 시행된 독일은 헌재의 재판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기준을 마련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1964년 헥 재판관이 제시한 기준인 '헥(Heck) 공식'이다. 헌법재판소는 일반 법원의 판결이 단순히 법률을 잘못 해석하거나 적용했다고 개입하지 않고, '특수한 헌법적 법령(헌법 가치 훼손)' 위반이 있을 때만 판결을 취소할 수 있다. 헥 공식과 함께 '슈만 공식'은 법원이 법률 해석에 그치지 않고 입법권 침해 수준의 '법률 창조(자의적 판단)'를 할 경우 헌재의 개입을 인정한다.

헌법연구관 근무 경력이 있는 이원호 변호사는 "이 밖에도 기본권 침해를 판단할 때 인격권, 정신적 부분을 재산권 등보다 우선하는 '기본권침해강도공식', 법관의 '자의금지 원칙' 등 재판소원 심사범위에 참고한다"고 말했다.

해외의 경우 표현의 자유, 인격권 침해 등 직접적인 기본권 침해가 있을 때 본 재판을 취소하는 인용이 이뤄졌다. 실례로 코로나19 당시 학교의 과도한 방역조치에 대해 한 학부모가 '파시스트' 등 단어를 사용하며 학교에 이메일을 보냈고 모욕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헌재는 의사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 침해를 인정하고 해당 재판을 취소했다. 또 다른 사례로 출소를 앞둔 중대범죄인이 자신을 다룬 다큐멘터리 방송에 대해 인격권 침해로 방송금지를 청구했으나 법원이 거부했고, 헌재가 인격권 보호를 이유로 법원 결정을 취소한 바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호 재판소원제 본안 심사 사건, 그리고 향후 첫 인용이 어떤 사건이 될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형식적 요건을 갖추면서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 침해라는 법원 판단을 무효로 하는 역사적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박성호 변호사는 "헌법소송 분야는 일반인 접근이 어려운 복잡한 분야임에도 재판소원 신청기간이 30일로 짧다"며 "기존 헌법소원이 안 날로부터 90일, 사유가 있는 날부터 1년 이내 청구를 두는 것과 달리 신청기간이 짫아 전문적인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