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보 확고한 의지를 피력하면
어느 나라가 되든 경종 울릴수 있어
외국 대리인 등록법 먼저 제정해
이들의 행위 관찰하는 근거 마련
신설한 수사당국과 정보기관 간
원활한 협업 위한 법 제정 필요
어느 나라가 되든 경종 울릴수 있어
외국 대리인 등록법 먼저 제정해
이들의 행위 관찰하는 근거 마련
신설한 수사당국과 정보기관 간
원활한 협업 위한 법 제정 필요
지난 2월 26일 형법 제98조 '간첩죄'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3월 5일 국무회의가 원안을 의결했고, 12일 공포했다. 부칙 규정에 따라 공포 후 6개월이 경과된 날, 즉 9월 12일에 발효될 예정이다.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의 법 집행당국은 고민에 빠졌다. 외교적 갈등과 마찰은 물론 그 파장이 수반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의 큰 특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제1항의 구성요건을 '적국을 위하여' 이의 지령, 사주 또는 그 밖의 의사 연락하에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중개하거나 이를 방조한 자로 구체화했다. 과거에는 이를 '적국을 위하여 간첩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로 국한했다. 대법원의 판례는 이들을 북한 간첩 또는 이를 방조한 우리 국민에게만 적용했다.
다른 하나는 신설 조항, 제2항이다. 신설 조항은 외국인 간첩, 외국인 간첩행위와 국내 관련 행위 및 행위자 모두를 외국(인) 간첩으로 정의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이들은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를 위하여 지령·사주·그 밖의 의사 연락하에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중개하거나 이를 방조한 자로 정의되었다. 즉, 이 같은 간첩행위를 지시한 외국인 연락책(간첩)과 이에 협조한 우리 국민 모두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뜻이다.
1953년 형법 제98조가 제정된 후 우리 국민에겐 73년 만의 쾌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런 국민의 기쁨도 잠시뿐이다.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개정 법안의 첫 케이스가 어느 나라, 어느 나라 사람이 될지를 두고 관련 당국의 고심이 크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의 심증적이고 정황적 상황만 보면 미국이 될 수도, 중국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대통령실을 도·감청했다는 의혹이 있었다. 중국의 경우 중국인들이 우리의 정보기관, 군 시설과 주한미군 시설, 미군의 전략자산을 도촬한 행위를 벌였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일본도 자유롭지 않다. 법률신문 보도에 따르면 1993년 일본 후지TV 서울지국장 시노하라씨가 오늘날 중국인들이 도촬한 것과 유사한 혐의를 받았다. 모든 혐의가 사실일 경우 외국인 간첩행위에 해당한다.
외국인을 간첩 혐의로 처벌하면 외교적 파장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그 파장이 두렵다고 우리의 국익과 안보, 주권을 내줄 순 없다. 미국도 우방과, 특히 냉전 시기에 이 같은 경험을 많이 했다. 미국 랜드연구소가 2004년 출판한 '동맹은 미국에 왜 스파이를 보내는가(Why Allies Send Spooks to America)' 보고서에서도 이런 외교적 파장 해결을 위한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우리도 그 파장을 줄이는 데 집중해야겠다. 우리의 외국인 간첩법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식의 무용지물로 전락해선 안 되겠다.
이의 최선의 방지법은 우리의 확고한 의지에 있다. 첫 사례가 어느 나라 사람, 어느 나라가 되는지 중요하지 않다. 외교에서 상징적 의미는 중요하고 우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가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사례를 스스로 만들어 내며 우리 국익과 안보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피력하면 외국에 경종을 울릴 수 있다. 이들의 오해나 불신을 불식할 수 있다.
둘째,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제정이다. FARA야말로 상기한 문제를 해결한다. 우리의 외국인 간첩법의 형평성, 무차별성, 공정성, 투명성을 담보하기 때문이다. 이 법안이 외국인 간첩법의 전제조건인 이유다. 이들의 행위·동선과 관련 단체 및 인사를 사전에 관찰하는 정당한 법적 근거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의 범법행위 의혹에 일차적 증거가 된다. 그렇지 않으면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 식으로 우리 조사·수사당국의 노고만 커진다. 아니면 확실한 증거로 수반된 영장 집행에만 의존해야 한다. 우리 당국의 조사와 수사 능률, 효율을 위해 반드시 제정되어야 할 법안이다.
마지막으로 정보기관과 수사당국의 원활한 협업을 위한 법 제정이 필요하다. 이들 간의 공조가 시너지효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리의 정보당국은 수십년 동안 노하우와 정보를 축적했다. 수사당국은 신설됐다. 따라서 이들의 공조 관계와 신뢰를 인위적으로라도 구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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