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솜방망이' 오명 벗으려면… "제재심, 재판 수준 격상을" [금융당국, 소송에 몸살(하)]

박문수 기자,

이주미 기자,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01 18:09

수정 2026.04.01 18:09

잦은 소송과 패소로 실효성 의문
제재 수준 정하는 대심제도 문제
구성·심의 역량 법원 수준 높이고
책무구조도 도입으로 승률 확보
홍콩식 조기합의 제도 등 살펴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뉴스1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뉴스1
금융당국과 금융사 간의 소송전이 잦아지고 제재 수위가 낮아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결국 금융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금융사들의 법적 대응에 밀려 '솜방망이' 처분에 그치면 금융사고 재발을 막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의 제재 절차를 재판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 책무구조도 도입처럼 법적 근거를 더욱 명확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재심, 법원 눈높이 맞는 수준으로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사들의 불복소송을 억제하고 불필요한 행정소송 비용 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당국의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 구성과 진행 수준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다.



통상 금융당국의 제재는 금융감독원에서 1차로 결정된다. 금감원의 '제재 사전 통보→제재심 개최→제재 수위 결정→최종 제재 통보' 등을 거치는데 여러 차례 열리는 제재심에서 감독당국과 금융사가 치열한 공방을 벌인다.

특히 제재심에서는 대심제를 통해 제재 수준을 결정한다. 대심제는 법원 재판처럼 제재 대상자(법률대리인)와 감독당국(금감원 검사국)이 동등하게 진술 기회를 얻어 제재 수위와 관련해 법리를 다투는 것이다. 이후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안건심사소위원회, 정례회의까지 거쳐야 제재가 최종 확정된다.

대심제는 금융사 등 제재대상자의 방어권 강화로 제재 공정성과 수용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 2018년 도입됐으나 실질적인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또 제재심 위원들 역시 금융제재의 타당성과 적정성을 검증할 수 있는 이들로 구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제재심의 당연직 위원은 금감원 담당 부원장, 부원장보, 법률자문관, 담당 국장으로 구성돼 있다. 민간 위원은 변호사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등이다.

안수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감원 내부의 제재심 구성과 심의 역량을 재판에 준하는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며 "현재 대심 구조를 취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대심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또 제재가 법원의 눈높이에 맞게 타당한 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위원들로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도 "그간 금감원과 금융위가 안일했던 측면이 있다"며 "검사 단계부터 법률에 탄탄한 기반을 두고 제재를 진행해야 한다"고 짚었다.

■탄탄한 법리 체계 구축해야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과 책무구조도 도입을 통해 점차 금융당국의 승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고경영자(CEO)에게 내부통제 전반의 구축 및 운영 등 최종책임을 부과하고, 각 임원들에게 관리 의무를 구체적으로 부여하면서 법원에서 제재 근거를 인정할 가능성이 높아진 때문이다.

안수현 교수는 "그간 금융당국이 패소했던 이유는 과거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준수라는 포괄적이고 모호한 조항을 근거로 개인인 CEO와 금융사를 징계했기 때문"이라며 "책무구조도와 같은 제도가 정착되면 법원도 당국의 제재를 인정할 것으로 예상한다. 제재의 근거를 '행위 책임'으로 구체화하는 제도 설계가 계속 이뤄진다면 지금과 다른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모적인 소송전을 줄이기 위해 홍콩의 조기 합의(early settlement) 및 과징금 감면제도를 활용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금융사가 과실을 인정하고 당국과 협력할 경우 공식적인 징계 절차가 완료되기 전에 사건을 조기에 종결하고 과징금을 깎아준다.

영국은 제재의 법적 정당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행위감독청(FCA) 내부에 독립적 의사결정기구인 규제결정위원회(RDC)를 뒀다.
FCA 직원이 아닌 소비자 및 업계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인사들과 외부 법률 전문가 등으로 구성해 조사와 제재를 완전히 분리함으로써 신뢰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zoom@fnnews.com 이주미 박소현 박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