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상담·치료 모두 늘었지만 고위험군은 '상시 800명대'
전문의 진료 300명대 그쳐...취약군 치료 연계 단절
"예산 확보해 고위험군 전문의 치료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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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매년 800명이 넘는 경찰이 정신건강 위험군으로 분류되고 있으나 이들에 대한 관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담·치료가 증가해도 위험군이 줄지 않으면서 현행 관리 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2일 파이낸셜뉴스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 간 경찰관 정신건강 관련 지원 프로그램 운영 현황 및 참여 인원'에 따르면 경찰 내 정신건강 관리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정신건강 진단검사 인원은 지난 2021년 2021명에서 지난해 2만7771명으로 13.7배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경찰 전용 심리상담 시설인 마음동행센터 상담 인원은 9940명에서 1만7024명으로 증가했으며 상담 횟수도 2만1881회에서 3만9119회로 확대됐다.
현재 경찰청은 매년 '경찰청 마음건강 증진계획'을 수립하고 마음동행센터를 통해 충격사건 발생 시 트라우마를 조기 예방하는 취지의 긴급심리지원과 건강검진 차원의 지정상담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 90개소의 협약병원을 갖추고 정신과 전문의 진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경찰 자살예방 및 마음건강 종합대책'을 수립해 '경찰 맞춤형 정신건강 심리검사' 등을 실시하며 고위험군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정신건강 취약군의 치료 연계는 여전히 제한적인 수준에 머무는 양상이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2024년에는 정신건강 진단검사 대상 1만5775명 가운데 고위험군 445명, 주의군 539명 등 총 984명(6.2%)이 관리 대상으로 분류됐다. 지난해에는 검사 대상 2만7771명 중 고위험군 358명, 주의군 422명 등 총 780명(2.8%)이 취약군으로 확인됐다. 연평균 약 882명의 고위험군·주의군이 상시 존재하는 구조지만 같은 기간 전문의 진료 인원은 300명대 수준에 그쳐 취약군 전체를 충분히 포괄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리상담 시설인 마음동행센터를 중심으로 정신건강 관리 체계가 운영되면서 접근성과 전문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마음동행센터는 전국 18개소에 상담사 38명만 배치된 상태다. 올해 6개소를 신설하고 상담원 11명을 추가 배치할 계획이지만 늘어나는 수요를 감안하면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별도의 정신건강 전담 조직 없이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실 복지정책계에 '정신건강 및 자살예방' 실무자를 지정해 운영하고 시도청별 복지업무 담당이 정신건강 업무를 병행하는 구조 역시 한계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처럼 인력과 조직, 치료 연계까지 전반적인 한계가 이어지는 배경에는 예산 부족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경찰 현원은 13만2476명으로 소방(6만5291명)의 두 배 이상에 달하지만 정신건강 관련 예산은 오히려 크게 뒤처진다. 올해 '경찰 마음건강 증진' 예산은 60억7000만원으로 소방(147억8000만원)의 약 41% 수준에 그치며 1인당 기준으로는 4만5984원에 그쳐 소방의 약 21%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경찰의 정신건강 관리가 개인 차원을 넘어 치안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신건강 취약군에 속하는 경찰이 적시에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단절 구조'가 반복될 경우 현장 대응 과정에서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어려워지고 이는 국민 안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경찰 조직은 상명하복 구조와 현장 중심 업무 특성상 정신적 부담이 큰데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시스템이 부족하다"며 "예산을 확보해 전문의 치료까지 연계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경찰 내부에 정신건강 전담 조직을 신설해 고위험군과 주의군을 중심으로 치료를 우선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문 의료진을 통한 진단과 지속적인 치료 지원 혜택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경찰 정신건강 지원체계의 범위와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예산 확보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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