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란전쟁 등 중동 상황에 대응해 추가경정예산 등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활용해 신속 대응하기로 했다. 유가 상승이 실물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확산시킬 가능성에 집중, 취약계층과 지역 중심의 신속한 추경 편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법인세수 등 초과세수를 활용해 추경을 추진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이 막히고 이란전쟁이 장기화되고 있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지대하다는 점에서 나라살림 역시 비상한 위기대응 프로그램을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대비 8.1% 확장한 규모로 재정을 운용 중인 우리나라 상황에서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을 더하면 올해 예산은 754조원 수준으로 불어난다.
정부·가계·기업부채를 모두 더한 우리나라 총부채 규모가 사상 처음 6500조원을 돌파했다. 경제 전반의 레버리지가 확대되는 가운데 정부부채 증가율이 유독 높았다. 국제결제은행(BIS)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말 정부부채는 1250조7746억원으로 1년 전 대비 9.8%나 늘어 증가율이 높았다. 하지만 미국(122.8%), 일본(199.3%) 등 주요국보다는 아직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4년 말 43.6%이던 것이 지난해 말 48.6%로 급등했고, 가파른 증가 추세가 우려스럽다.
정부 재정규모와 경제성장의 관계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조세부담률 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지출비율로 분석하면 대개 정부 규모가 10% 늘어날 때 경상성장률이 0.5~1%p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민간부문을 구축하기 때문인바 정부 규모와 경제성장률 사이에는 '역U자형' 관계가 성립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유럽과 같이 높은 사회신뢰 수준을 보이는 나라들은 시장친화정책을 채택함으로써 높은 정부지출 비중의 부정적인 영향, 즉 경제성장을 저해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총규모도 중요하지만 부문별 지출효과가 더 의미가 있다. 소비지출은 총요소생산성 성장에 부정적 효과를 보이지만 교육지출과 공공투자(R&D, SOC) 등은 혁신을 통해 경제성장을 촉진한다.
시장의 논리는 경쟁을 통한 효율성 극대화를 추구하지만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의 논리 역시 분명한 한계가 있다. 허버트 사이먼이 이야기한 제한된 합리성과 권력과 문화, 그리고 상징조작이 쉽게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시장의 실패가 있다고 해서 정부의 개입이 항상 정당화될 수는 없다. 위기 시 재정확충을 할 때도 최대한 지출의 질을 생각하는 기본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정부가 추경 편성의 기본방향을 초과세수를 활용하고 국채 발행은 최소한으로 하려는 방침은 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고보조금과 공공기관 혁신을 통한 지출점검과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여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에 정책적 우선순위가 높아져야 한다. 위기대응 추경은 신속하고 충분해야 하지만 사업의 적정성이 중요하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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