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고려인삼과 K푸드

박경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02 18:39

수정 2026.04.02 18:51

박경호 생활경제부
박경호 생활경제부

1874년 프랑스 선교사 클로드샤를 달레는 저서 '한국천주교회사'에서 "조선의 인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성을 지니고 있다"고 기록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명나라 사신들이 조선에 오면 임금을 알현한 뒤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이 조선의 인삼 시장이었다고 한다. 고려, 조선 시대 당시 인삼은 단순한 약초가 아니라 서양 상인들과 중국 황실까지 앞다퉈 구하려 했던, 한반도를 대표하는 수출품목이었다. 우리에겐 애초부터 음식으로 세계를 매료시킬 저력이 있었던 셈이다.

근대화 이후 세계 미식 시장에서 아시아 음식의 주도권은 일본이 쥐었다.

일본은 일찍이 스시와 가이세키 요리를 앞세워 일식은 건강요리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며 세계화에 성공했다. 국가 주도의 철저한 품질관리와 이미지 구축으로 일본 요리는 글로벌 사회의 주류 식문화가 되는 데 성공하며 일식당은 전 세계 어디서든 볼 수 있게 됐다.

한식은 일식에 뒤지지 않는 다채로운 음식과 다양한 맛을 가지고 있지만 그간 세계 시장에서는 낮은 인지도로 인해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지 못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K푸드 열풍은 그래서 더욱 각별하다. 한국의 라면과 만두, 김밥이 외국 마트 진열대를 점령하고 있는 것은 일순간의 우연이 아니다. 지난 10여년간 정부와 기업이 끊임없이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현지 입맛과 기호에 맞춰 조리법을 만들면서 시스템을 구축해 온 노력이 있었다.

이제 K푸드는 음식을 넘어 한국의 국격을 높이는 소프트파워로 자리 잡았다. 더 나아가 고려시대부터 인정받던 인삼의 수출 노하우가 결실을 맺은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갑작스러운 성공에 취해 저급한 물량을 쏟아내거나 품질을 등한시한다면 그간 공들여 쌓은 탑이 한번에 무너질 수 있다.

최근 외국 업체가 한글 로고를 단 유사제품을 유통하며 문제가 되고 있다. 문제는 이 제품의 품질관리가 철저하지 않아 소비자의 제품 경험을 망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한국 제품의 이미지까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일본이 지난 수십년간 장인정신을 마케팅하여 신뢰를 쌓았듯, 우리도 프리미엄과 건강이라는 견고한 철학을 입혀야 한다.


고려인삼이 세계로 뻗어나갔던 것처럼 K푸드가 나아가기 위해서는 단기적 수출실적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우리 고유의 식문화가 세계인의 식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하고 내실을 다져야 할 시점이다.

security@fnnews.com 박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