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잘 알려진 곳들만 있는 건 아니다. 우리가 언론에서 접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신진 세력들'이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전북 고창에서 생산된 땅콩을 원재료로 100% 국내산 가공식품을 만드는 반석산업은 2025년 강한소상공인 통합 대상을 수상하면서 '옳곡' 브랜드로 올해 매출 100억원을 목표하고 있다. 경남 거창의 농산물과 전통 제조방식을 접목한 거창한국수는 미슐랭이 사랑하는 국수로 알려지면서 일본, 호주, 미국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
로컬에 첨단기술을 접목하는 사례도 있다. 훌륭한 지역 전통주가 사라지지 않도록 돕기 위해 창업한 주미당은 향미 생성 인공지능(AI) 기술을 자체 개발해 접목하면서 올해 연매출 400억원을 바라보며 국내외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사실 알고 보면 우리의 라이프스타일로 침투한 글로벌 브랜드 상당수는 로컬로 시작했다. 세계 최대 카페 브랜드 스타벅스는 시애틀의 한 어시장 귀퉁이에서 커피를 좋아하는 세 사람이 모여 창업한 로스터리 카페였다.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 록시땅 역시 프랑스의 프로방스 지역 플리마켓에서 아로마 오일을 판매하던 소상공인이었으며, 기네스 역시 아일랜드에서는 흔한 동네 맥주로 시작했다. 세계 최고의 브랜드로 평가받는 에르메스 역시 고급 마구(馬具)를 제작하는 공방이 시작이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들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축적의 시간'이다. 하나의 제품과 서비스가 브랜드로 정착하려면 절대 시간이 필요하다. 이들에게는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 백 년이 주어진 반면 우리에게는 아직 그만큼의 시간이 없었다. 다시 말해 절대 시간을 쌓아간다면 대한민국에서도 세계적인 브랜드가 다수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 그 다음은 '경영 마인드'다. 구체적으로 자기 만족을 넘어 목표를 설정하고 조직을 경영하고자 하는 마인드, 동네 구멍가게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의지, 자본시장을 파트너로 활용해 스케일업 하는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지금 우리 로컬은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먼저 한류로 대표되는 문화가 전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기세에 편승해 콘텐츠, 화장품, 식품을 시작으로 해외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더해 이제는 정부와 민간 모두 로컬과 브랜드를 투자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고 로컬창업 펀드를 시작으로 재원이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기술과 제품이 대한민국 경제와 수출을 견인했다면 선진국에 진입한 지금은 브랜드가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 그 중심이 바로 로컬이다.
양경준 크립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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