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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전쟁, 시작은 쉬워도 끝내기는 어렵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14 18:12

수정 2026.04.14 18:48

47년만에 美·이란 최고위 만나도
'제로섬 게임'으로 쟁점 해결 못해
5년째 우크라전쟁처럼 될까 우려
네타냐후 총리 휴전협상 걸림돌
호르무즈해협 통항 문제보다도
核 원하는 이란을 막기 어려워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47년 만에 열린 미국과 이란 최고위급 담판은 '노딜(no deal)'로 끝났다. 한 번의 만남으로 휴전이 종전으로 이어진다면 애초 전쟁은 발발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가정이 가능할 정도로 난항이었다.

대면 외교협상은 사전에 핵심사항의 8할 이상을 조율한 후 얼굴을 맞대며, 남은 이견을 밀당으로 합의하는 것이 관행이다. 휴전의 원칙만 동의했지 호르무즈해협, 핵, 제재와 배상 등 3대 핵심 쟁점은 만나서 해결될 사안이 아니었다. 향후 협상의 미래는 가늠하기 어렵다.

강온 대립의 지루한 밀당이 이어질 것이다.

주말 파키스탄에서 개최된 14시간에 걸친 대면협상은 세상의 수많은 격언과 속담이 복잡한 세상사를 반영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첫째, 전쟁은 시작하기는 쉬워도 끝내기는 어렵다는 명제다. 40일간 1만5000개의 목표를 타격하는 치열한 소모전 끝에 성사된 이슬라마바드 회담은 휴전이 개전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시사했다.

1차·2차 세계대전과 같이 승전국과 패전국이 명확한 전쟁은 종전이 간단하다. 전쟁을 일으킨 독일의 히틀러는 자살했다. 일본은 원자폭탄 2발로 무조건 항복했다. 1년간 일진일퇴를 거듭한 한국전쟁은 1951년 6월 이후 2년간 고지전(hill battle) 끝에 1953년 3월 5일 전쟁의 총감독이었던 스탈린이 사망함으로써 승패 없이 휴전에 합의했다. 5년째를 맞는 우크라이나전쟁은 나토(NATO)와 러시아 간의 세력균형 싸움으로 소모전을 이어가고 있다. 돈바스 지역의 완전한 할양을 요구하는 러시아의 강공책으로 휴전은 요원하다.

이란전쟁은 미군 공격수들이 전후반 경기 내내 '닥치고 공격'(닥공)했지만 이란 수비수들의 거친 태클로 승패가 나지 않았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이라는 미국의 아킬레스건을 붙들고 침대축구를 구사했다. 해협 인질 축구는 유가 급등으로 백악관 축구 감독을 혼란스럽게 했다.

둘째,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라는 경구(警句)다. "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라는 문장이 출처로, 세밀한 부분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양측은 15개 항과 10개 항의 제안과 역제안을 주고받으며 공방을 벌였다.

휴전이 절실한 양측은 모두가 이득이 되는 '논 제로섬 게임(non-zero sum)'이 아닌 일방이 이득이면 상대가 손해가 나는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을 원한다. 상대가 물러서길 기대하는 치킨게임이다. 디테일의 핵심은 포성이 멈춘 후 호르무즈해협을 어떻게 누가 관리하느냐다. 유조선은 다녀야 하기에 절박한 과제다.

셋째,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이다. 이란전쟁은 전쟁을 기획하고 연출한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의 '닥공'이 휴전에 큰 걸림돌이다. 전쟁 종료 후 부정부패로 재판을 받아야 하는 그는 '대(great)이스라엘' 건설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이란과 레바논 파괴에 진심이다. 미국과 이란의 타협이 제3의 플레이어 개입으로 쉽지 않다. 양자 휴전도 3차 방정식인데, 3자 휴전은 양자역학 수준이다. 백악관이 네타냐후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느냐도 휴전의 변수다.

마지막으로 핵은 역시 난제다. 이란의 핵개발 여부는 호르무즈해협 통항보다 실마리를 풀기 어려운 문제다. 이란의 핵농축 권한을 영구적으로 봉쇄하려는 휴전안은 이란을 거세된 황소로 만들려는 시도로, 테헤란이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국가를 협상으로 막기는 어렵다.

지난 1994년 영변에 대한 국지적 공격이 무산된 이후 북한은 앞에서는 제네바 합의 등 외교적 협상을 지속하며 배후에서 핵을 완성했다. 이란과 북한의 공통점은 풍부한 우라늄 매장량이다. 한국처럼 매장량이 빈약해서 우라늄 정광을 수입해야 하는 국가는 원천적으로 핵 개발이 어렵다.

이란 휴전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60% 순도의 고농축우라늄 440kg 폐기와 추가 농축 중단은 호르무즈해협 자유통항보다 더 복잡 미묘한 과제다. 텔아비브는 중동에서의 핵 독점이 깨지는 것을 방관할 수 없다. 신이 인간에게 평화적으로 사용하라고 하사한 우라늄이 평화를 위협하는 수단이 되고 있으니 아이러니다.


이란전쟁의 불안한 휴전이 안정적 휴전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서 평화를 깨야 하는 중동의 딜레마는 풀리지 않는 숙제다.
전쟁과 평화는 천하무적의 인공지능(AI)도 실현 가능한 해답을 제공하지 못하는 인류의 난제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