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모든 사례가 이처럼 운 좋은 결말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주식 역시 압수 시점과 처분 시점의 시차로 인해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횡령 사건에서 압수된 주식이 재판 도중 상장폐지되어 범죄수익 환수 기회를 영영 상실하기도 한다.
자산 가치가 실시간으로 요동치는 상황에서 압수물 처분 시기를 결정하는 일은 '마켓 타이밍'과 닮아 있다. 수사기관이 의도적으로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은 아니지만, 가상자산이나 주식처럼 변동성이 극심한 자산을 압수한 후에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다.
판결 확정까지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 동안 자산을 묶어두어야 하는 구조적인 한계는 국가재정 측면에서도 간과할 수 없는 리스크다. 가액 하락에 따른 실질적 가치 하락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만 하는 당사자 입장에서도 법적 안정성이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다양한 대안이 논의되고 있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멸실이나 가액 감소의 염려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압수물 매각규정을 가상자산과 주식과 같은 변동성 자산에도 폭넓게 적용하도록 법령을 정비하는 방안이나 압수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거래소 평균 단가로 즉시 환가하는 처분지침 마련 등이 그것이다.
한편 최근 발생한 수사기관 보관 가상자산 탈취 사건들은 가격 변동성 못지않게 자산관리 체계의 허점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가상자산은 물리적 실체가 없는 권한의 증명인 만큼 기존 유체물 관리와는 차원이 다른 기술적 관리와 보안 프로토콜을 요구한다.
수사기관이 해킹이나 내부 소행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고도의 보안 시스템을 직접 유지하는 것은 수사 본연의 업무를 넘어 과도한 행정적·경제적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전문기관에 관리를 위탁하거나 신속한 공매로 자산을 현금화한 후 안전계좌에 예치하는 방식이 보안 리스크와 변동성 문제를 함께 완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검토될 만하다.
범죄로 얻은 수익은 단 1원도 남기지 않고 환수해야 한다는 형사사법의 대명제가 우연한 시세차익이나 상장폐지와 같은 변동성에 의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사법 정의는 요행에 기댄 마켓 타이밍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견고하고 합리적인 법적 시스템 위에서 실현되어야 한다.
■약력 △법무법인 비트 대표변호사(현)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검사장)·공공수사기획관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공공수사2부장 △서울동부지검 사이버수사부장
김태은 법무법인 비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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