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기고] 과도한 분배 요구, 성장 잠식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16 18:30

수정 2026.04.16 18:33

최현수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 교수
최현수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 교수
기업 경영진의 성과급은 늘 논쟁의 대상이었다. 실적이 좋을 때마다 거액의 보상이 지급되면, 과도하다는 비판이 반복된다. 그러나 같은 질문은 노동의 성과급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제기된다. 기업이 성과를 냈을 때 그 과실을 어떻게 나누느냐의 문제는 특정 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전체의 자원배분 방식을 좌우하는 문제다.

이 논쟁의 핵심은 단순한 분배가 아니다.

더 본질적인 질문은 성장의 과실을 현재와 미래 사이에서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있다. 기업이 창출한 이익은 한편으로는 임금과 보상으로 현재에 분배될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투자와 연구개발을 통해 미래로 이월될 수 있다. 이 둘 사이의 균형은 기업의 경쟁력뿐 아니라 경제 전체의 성장 경로를 결정짓는다.

문제는 현대 기업의 보상구조가 이 균형을 일정 방향으로 기울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경영진의 보상이 단기 실적이나 주가에 연동될 때 장기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노동의 성과급 구조 역시 본질적으로 유사한 성격을 갖는다. 기본급은 안정적 소득을 보장하는 반면, 성과급은 실적이 좋을 때 확대된다. 이는 상방 이익에는 참여하면서도 하방 리스크는 제한적으로 부담하는, 일종의 '옵션적 구조'를 형성한다.

이러한 구조는 특히 호황기에 강한 분배 압력으로 나타난다. 실적이 개선될수록 성과 공유 요구는 확대되고, 협상 과정에서는 미래에 투자되어야 할 자원이 현재의 보상으로 전환될 유인이 커진다. 그러나 이때 사용되는 재원은 단순한 잉여가 아니라, 설비투자와 기술개발로 이어져야 할 자본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단기 성과에 기반한 과도한 분배는 미래 성장 여력을 잠식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이는 특정 집단의 문제로 환원될 수 없다. 노동이든 경영진이든, 단기 성과에 과도하게 연동된 보상구조는 동일한 방향의 인센티브 왜곡을 만들어낸다. 호황기에는 분배 확대 압력으로, 불황기에는 투자 축소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기업의 장기적 의사결정을 흔들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의 논쟁은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보상구조가 장기 성장과 투자 여력을 훼손하지 않는가의 문제로 재정의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최근의 삼성전자 노사갈등은 더 넓은 의미를 갖는다. 성과급을 둘러싼 충돌이 생산차질 가능성으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은 단순한 기업 내부의 갈등을 넘어선다. 특히 반도체 산업과 같이 투자 타이밍과 생산 연속성이 핵심 경쟁력인 분야에서는 단기적 생산차질이나 투자 지연이 장기적인 시장 지위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기업 내부에 머물지 않는다. 삼성전자의 경제적 위상을 고려하면 생산차질은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다시 무역수지와 환율, 물가 등 거시경제 변수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이러한 파급효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장의 과실을 현재에 과도하게 배분하는 선택이 누적될 때 경제 전체의 잠재성장 경로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분배의 정당성 여부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분배가 미래를 잠식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느냐이다. 기업의 성과는 현재의 몫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미래를 위한 재원이기도 하다. 이 균형이 무너질 때 그 비용은 단기적인 갈등을 넘어 장기적인 성장 둔화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삼성전자의 생산라인은 단순한 공장이 아니라 과거의 투자와 현재의 선택 그리고 미래의 방향이 응축된 결과물이다.
그것은 과거의 투자가 축적된 산물이자, 미래 투자를 통해 유지되어야 할 기반이다. 지금의 갈등이 단기 분배의 문제에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장기 성장의 관점에서 재조정될 것인지는 결국 이 균형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는 개별 기업을 넘어 경제 전체의 성장 경로로 되돌아온다.

최현수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