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환율 상승은 몇 가지 요인으로 설명되곤 한다.
표면적으로 보면 환율 전망이 나쁘다고만 하기는 어렵다. 최근 경상수지는 흑자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환율이 내려와야 하는 것 아닌가? 과거에는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가 국내로 유입되면서 환율 하락 압력을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연결고리가 약해졌다. 기업들은 해외 생산과 투자를 확대하면서 벌어들인 달러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투자 압박 역시 이러한 흐름을 강화하는 요인이다.
여기에 금리 격차가 더해진다. 미국은 높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은 경기 부담 때문에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 한미 금리 역전은 자본이 더 높은 수익을 찾아 해외로 이동하게 만들고, 동시에 외국인 자금 유입을 제한한다. 결과적으로 환율은 내려가기 쉽지 않다. 이러한 외환 수급요인들은 지금의 높아진 환율 수준을 설명할 수는 있지만, 추세적 상승은 설명하지 못한다.
문제는 더 근본적인 곳에 있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지난 20년간 하락을 거듭하다가 이제는 그 수준이 주요국보다 낮아지는 구간에 들어섰다. 더 이상 높은 성장률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제로 인식되는 순간, 자본은 머물러 있을 이유를 잃게 된다. 한국의 성장 기대가 주요국보다 낮아지는 순간, 환율은 계속 올라간다. 환율 기대 역시 중요하다. 환율이 내려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형성되면 자본 순유입은 줄어들고, 이는 다시 환율을 높게 유지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과정은 서로를 강화하며 환율 상승 추세를 고착화할 수 있다.
최근 금융계정에서는 해외증권투자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이를 근거로 환율 상승의 이유를 연기금과 '서학개미'의 해외투자 확대에서 찾기도 한다. 틀린 설명은 아니다. 그에 기반한 정책 역시 단기적으로 환율 상승을 완화하는 효과는 있다. 하지만 연기금과 서학개미의 해외투자 확대 역시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성장 기대가 낮아진 경제에서 자본이 해외로 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며, 이를 국내로 되돌리려는 시도는 근본적 해결책과는 거리가 있다.
지금 환율은 상승 추세에 있다. 이 추세는 한국의 성장 기대가 주요국보다 낮아진 즈음에 시작됐다. 성장 기대가 회복되지 않는 한 이 추세가 멈출 이유는 없다. 그 끝을 보여주는 신호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전쟁이 끝나고 유가가 하락하더라도 환율이 1200원대, 아니 1300원대로 복귀할 것이라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환율은 어디까지 오를까.
김민성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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