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기고] 균형인사, 공직의 역량 높이는 동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19 19:08

수정 2026.04.19 20:58

최동석 인사혁신처장
최동석 인사혁신처장
조직의 성과는 소수 엘리트의 역량만으로 결정될까. 복잡계와 다양성 연구의 권위자인 스콧 페이지 교수는 '차이의 가치'에서 복잡한 문제일수록 최고의 인재들로만 구성된 집단보다 다양한 사고방식을 지닌 집단이 더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아낸다고 강조한다.

뛰어난 개인들은 유사한 교육과 경험을 공유하며 사고방식 또한 닮아가기 쉽다. 그 결과 집단 전체가 특정 방향의 해법에만 매몰돼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반면 서로 다른 사고방식은 구성원 각자의 관점과 오류를 보완하며 문제 해결력을 높인다. 이는 오늘날 공공부문 인사정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러한 통찰을 정책 언어로 구체화한 개념이 바로 DEI(Diversity·Equity·Inclusion), 즉 다양성·형평성·포용성이다. 초기의 DEI는 차별 금지에서 출발해 다양한 배경을 가진 구성원이 공정한 기회를 보장받고 조직 안에서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이를 공공정책의 효과성과 국민 신뢰를 높이는 핵심 기반으로 강조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균형인사'라는 독자적인 인사정책을 발전시켜 왔다. 1989년 장애인 구분모집 제도를 시작으로 참여정부를 거치며 지역 격차와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고 국가균형발전과 사회통합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본격 추진됐다.

그 결과 공직사회는 의미 있는 변화를 이뤘다. 여성 공무원 비율은 30% 수준에서 50%를 넘어섰고, 중앙부처 본부 과장급 여성 비율도 최초 조사 시(2017년) 14.8%에서 2025년 32.3%로 크게 증가했다. 고위공무원단 도입 당시(2006년) 약 3%에 불과했던 여성 고위공무원 비율도 2025년 14.3%까지 확대됐다. 중증장애인 경력경쟁채용과 7·9급 공채시험 장애인 구분모집 제도를 통해 현재 중앙부처에는 6000여 명의 장애인 공무원이 근무하고 있다. 지역인재 추천채용제와 지방인재채용목표제를 통해서는 7000여 명이 공직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정책 관리 기반도 강화됐다.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여성 비율·장애인 고용률 등 균형인사 현황을 담은 연차보고서를 매년 발간하고, 2019년부터 이어온 균형인사 성과공유대회를 통해 우수사례를 확산하는 등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가고 있다.

여성 고위공무원 비율은 14.3%로 OECD 회원국 평균(41.1%)에 여전히 못 미친다. 인사혁신처는 2030년까지 20% 수준으로 확대해 정책 결정 과정에 다양한 시각이 실질적으로 반영되도록 노력할 것이며, 아동복지시설에서 성인이 돼 보호가 종료된 자립준비청년을 9급 공채시험 저소득층 구분모집 대상에 포함해 2027년 공채시험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포용성 지표를 개발해 2027년부터 본격 활용함으로써 균형인사 제도를 한층 체계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다양성은 단순한 배려가 아니라 경쟁력이다. 서로 다른 경험과 시각을 가진 공무원이 함께 고민하고 토론할 때 정책은 더 많은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정부 역량도 한층 강화된다.
균형인사를 통해 공직사회가 대한민국의 다양성을 충실히 반영할 수 있도록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이다.

최동석 인사혁신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