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기고] 주총 의장, 대표가 맡아야 주주이익 부합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20 18:13

수정 2026.04.20 19:52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전 한국증권학회장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전 한국증권학회장
2026년 정기주주총회 시즌은 최근 상법 개정 이후 처음 맞는 주주총회로, 정관변경 주주제안이 전년 대비 57%(42건→66건) 급증하고,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의 관여활동도 확대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주주총회 의사진행 방식과 제도 설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는 사외이사가 주주총회 의장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내세우며 지배구조 선진화의 명분으로 포장되는 경우가 많지만, 주주총회의 본질적 기능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대표이사가 의장을 맡는 것이 오히려 주주 이익에 부합하는 경우가 많다. 지배구조의 형식이 아니라 주주 권리의 실질을 기준으로 이 문제를 판단해야 한다.

주주총회의 핵심은 개별 안건에 대한 주주의 질문권 보장과 회사의 충실한 설명의무 이행에 있다.

회사의 일상적 상무에 종사하지 않는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을 경우, 재무구조·투자 계획·영업 현황 등 구체적 안건에 관한 주주 질의에 즉각적이고 충실하게 답변하기 어렵다. 이는 주주의 정보 접근권과 질문권을 실질적으로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반면 대표이사가 의장으로서 주총을 직접 주재하면, 주주는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최고책임자로부터 가장 직접적인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이사회 의장의 독립성이 기업지배구조에서 갖는 고유한 의미와, 주주총회에서 요구되는 실무적 설명 역량은 별개의 문제다. 두 기능을 혼동하면 주주 보호라는 명목 아래 실질적 주주 권리가 오히려 후퇴한다. 주주총회는 독립성을 과시하는 무대가 아니라, 주주와 경영진 사이에 실질적 소통이 이루어지는 장이어야 한다. 대다수 상장기업이 대표이사 의장 관행을 유지하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영국·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 사외이사가 주총 의장을 맡는 사례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각국의 법체계와 이사회 구조를 반영한 결과이지, 보편적 의무 규범으로 확립된 것이 아니다. 글로벌 지배구조 전문가들도 이를 모든 상장사에 적용되는 글로벌 다수 관행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CEO가 이사회 의장을 겸하는 기업이 상당수 존재한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내세우면서 정작 그 기준을 국가마다, 상황마다 달리 적용한다면, 그 주장의 설득력은 스스로 무너진다. 지배구조 논의에서 국제 기준을 인용할 때는 그 기준이 어떤 맥락에서 작동하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아울러 집중투표제 도입과 함께, 예탁결제원을 통한 해외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결과가 사전에 집계되어 집중투표 지분 배분에 활용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으나, 전자투표 시스템은 독립적 공공기관이 관리하며 경영진이 개입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이사 후보 간 극미한 표차야말로 시스템이 한 표의 가치까지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는 공정성의 증거다.

주주총회 의장 문제는 형식적 지배구조 선진화의 논리가 아니라, 실질적인 주주 권리 보호의 관점에서 판단되어야 한다.
의장이 누구냐의 문제는 결국 주총장에서 주주가 얼마나 실질적인 정보를 얻고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지배구조 선진화라는 명분이 특정 이해관계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때, 그 본질은 결국 드러나기 마련이다.
선진적 지배구조란 구조의 변경이 아니라, 모든 주주의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호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전 한국증권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