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수억원대 성과급이 던진 질문

정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21 19:06

수정 2026.04.21 19:06

정원일 산업부
정원일 산업부
"수억원대 성과급." 최근 반도체 업계를 취재하며 가장 자주 듣는 말이다. 대다수 직장인들이 수년을 일해도 만지기 어려운 액수를 한쪽에서는 '성과급'으로 매년 받는 현실에 대한 부러움이 골자다.

내년에는 SK하이닉스의 직원 1인당 성과급이 10억원을 웃돌 수 있다는 전망이 불을 지폈다. 급기야 온라인에서는 "성과급을 전 국민과 나눠야 한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황당하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성과는 기업이 창출한 것이고, 보상 역시 내부 기여도에 따라 배분되는 것이 시장 원리에 부합한다는 인식이 '상식'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같은 주장의 논리성을 차치하더라도, 이를 단순한 시기심이나 조롱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은 평면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히려 그 이면에 깔린 문제의식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산업은 이미 단순 제조업을 넘어섰다. 전력과 용수, 데이터, 산업단지까지 공공 인프라에 깊이 의존하는 구조다. 정부 역시 경쟁력 확보를 이유로 규제 완화와 정책 지원에 나서고 있다. 국가와 기업이 이인삼각으로 움직이는 '인프라형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지점에서 성과급 논란은 단순한 '고액 보상'의 문제가 아니라 '성과 귀속 구조'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의 지적도 참고할 만하다. 샌델은 능력에 따라 성과를 나누는, 이른바 '능력주의'의 한계를 두 가지로 짚었다. 성공한 사람은 "내가 잘해서 올라왔다"고 믿게 되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내 책임이다"라는 자기 비난에 갇히게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 비춰 보면, 공공인프라와 정책 지원 위에서 성장한 산업의 과실이 특정 기업과 구성원에게 집중될 때 다른 영역에서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억대 성과급은 단순 숫자를 넘어 반도체 산업과 기타 산업의 간극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그래서 성과급을 얼마 주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이 논쟁이 던지는 질문을 외면하지 않는 일이다. 산업의 성장만큼이나 이를 통해 창출되는 가치를 어떻게 사회와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는 반대로 산업 사이클이 하락세에 접어들 때 사회가 나서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로 이어지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이미 일부 기업에서는 경쟁사 대비 낮은 성과급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한 산업의 성공이 오히려 사회적 갈등의 불씨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one1@fnnews.com 정원일 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