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집단소송 소급적용? 이러다 공장 멈춘다
국내 건축자재 시장에는 오랜 기간 축적된 기술력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중소·중견 기업들이 상당수 있다. 우리 역시 기능성 문풍지, 스티커 벽지 등 생활밀착형 제품을 자체 기술력으로 발전시켜 생산하고 있다. 오랫동안 쌓아온 친환경 소재 개발·공정기술, 이를 바탕으로 확보한 다수의 특허가 우리의 핵심 경쟁력이다.
최근 이런 기술 기반 중소기업들이 처한 경영 환경이 점점 더 혹독해지고 있다. 중동발 리스크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공급망 불안까지 겹치면서 생산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집단소송제 확대 논의는 우리 같은 기업들에게 또 다른 중대한 위협으로 다가온다.
가장 큰 우려는 '무한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제품의 성능이나 효과는 기술적 특성상 사용 환경, 조건, 해석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이런 내용들이 혹여나 집단소송으로 자동 확대(Opt-out)된다면, 기술력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일수록 감당하기 어려운 리스크에 노출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소급 적용이다. 과거에는 적법하고 합리적이었던 기술 기준과 생산 과정이, 시간이 지나 새로운 기준이나 해석이 적용되면 갑자기 불법이나 책임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는 기업에게 "현재뿐 아니라 과거까지 모두 책임지라"는 메시지나 다름없다.
결국 기업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연구개발에 집중해 기술 경쟁력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소송에 대비해 법무 인력과 비용을 배정할 것인가. 결국 상당수 기업은 연구개발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고, 이는 기술 경쟁력의 장기적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술 기반 중소·중견기업들이 위축되면 국내 시장은 자연스럽게 해외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막대한 자본과 낮은 생산비를 기반으로 한 해외 제품은 국내 규제의 적용 밖에서 시장에 들어오는 반면, 국내 중소기업은 각종 법과 규제를 준수해야 하는 구조에 놓여 있어 동일 시장 내에서도 불리한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러한 비대칭 환경에서 추가적인 소송 리스크까지 더해진다면 기업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특히 소급 적용은 반드시 배제하거나 최소한으로 제한되어야 한다. 법은 최소한의 예측 가능성을 보장해야 하며, 시행 이후의 행위에 한정하는 것이 그 기본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논의되는 법 개정이 기업들에게 "제품을 만들지 말고 소송에 대비하라"는 신호로 읽혀서 되겠는가. 기술을 축적하고 품질을 개선해온 기업들이 연구개발보다 법적 방어에 에너지를 쏟게 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소비자와 산업 전체에 돌아갈 것이다. 현장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합리적인 논의를 간곡히 요청드린다.
김윤경 KGS금강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