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13억 뇌물' 감사원 간부 불기소… 작동 못한 檢 보완수사

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22 18:07

수정 2026.04.22 18:06

공수처, 검찰의 보완수사 요청 거부
검찰청 폐지 후 유사논란 반복 우려
잇따른 불기소 결정, 속도에만 몰두
미제사건 진실 묻힐 가능성 지적도
검찰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보완 수사를 놓고 갈등을 빚던 '감사원 간부 뇌물 의혹 사건' 일부를 불기소 처분했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 이후 사법 공백 현실화 우려와 장기간 결론을 내지 못했던 미제 사건들을 정리하는 수순, 검찰 조직 개편 영향 등 다양한 의견이 공존한다.

■'핑퐁 게임' 우려

22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정재신 부장검사)는 이날 감사원 고위 간부 김모씨를 2억9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12억9000만원의 뇌물 수수 혐의는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과 공수처는 보완수사나 보완수사 요구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2년 넘게 사건 처리를 지연했다.

공수처는 2023년 11월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16일 만에 사건을 검찰에 보냈고, 검찰은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그러나 공수처는 보완수사 근거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기록을 받지 않았다.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하기 위해 청구한 압수수색 및 통신 영장 또한 '법령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검찰과 공수처의 보완수사 권한 문제는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혐의 사건에서도 문제가 됐다. 당시 검찰이 공수처로부터 윤 전 대통령 사건을 넘겨받은 뒤 추가 수사를 위해 구속기간 연장을 신청하자 법원은 같은 취지로 연장을 불허했다.

이처럼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가 불가능하고 보완수사 요구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오는 10월 검찰청법 폐지 이후 비슷한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공수처와 달리 경찰이나 중수청은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규정은 있지만, 실제 보완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더라도 마땅한 대응책은 없다. 형사사법체계 개편 이후 예상치 못한 문제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조직 개편 앞둔 선택

반면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사건을 정리하기 위한 조치라는 견해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정치인·공직자 관련 사건에서 잇따라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화천대유 관련 뇌물수수 의혹의 경우 '각하'했다.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에 대한 공소장 유출 의혹과 조재연 전 대법관의 대장동 '그분 의혹' 사건에도 불기소 결정을 했다.

검찰은 대부분 사건에서 구체적 근거가 부족하거나 절차상 하자가 발견돼 이런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 불기소 결정이 연이어 나오는 배경에는 검찰 조직 개편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공소청이 출범하면 검찰은 수사한 사건 상당수를 경찰이나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이송해야 한다. 공소시효 임박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공소청이 수사를 이어갈 수 있는데, 이 기간도 90일로 제한된다.

사건 이송 등 절차적 지연을 막으려는 흐름이라는 시각도 있다. 수도권의 한 검사는 "공소청 출범 시 직접 수사한 사건을 이송해야 하고 미제도 많다 보니 장기 미제 사건부터 정리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출범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처리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 내다봤다.

실제 3개월 이상 처리되지 않은 미제 사건은 지난해 말 기준 약 10만건에 달할 정도로 누적됐다.
차장검사 출신 김종민 법무법인 MK파트너스 변호사는 "각하 사유가 명백한 정치적 주장 성격의 고소·고발은 신속하게 결론을 내릴 필요가 있다"며 "10월 (공소청) 출범을 앞두고 미제 사건을 빠르게 처리하는 게 낫다"고 평가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