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英 자본이 산업 성장으로 이어진 결정적 이유는 정책 일관성" [FIND 제27회 서울국제금융포럼]

박문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기조연설 국가 전략 자본의 설계와 집행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
정권 넘어 정책 지속되는 영국
장기자본이 신뢰할수 있는 국가로
공공금융기관 강화도 '효과'
국부펀드가 투자자 역할 맡아

파이낸셜뉴스가 22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에서 주최한 '2026 FIND·제27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파이낸셜뉴스가 22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에서 주최한 '2026 FIND·제27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영국은 자본에 지시하지 않는다. 그 대신 시스템을 설계한다. 장기 자본이 시장의 원칙 속에서 산업으로 흐를 수 있도록 한다."

파이낸셜뉴스가 22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에서 주최한 '2026 FIND·제27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는 "과거 글로벌 금융은 효율성과 단기 수익을 중시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크룩스 대사는 "이제 장기 안정성이 중요해졌다"면서 "정책은 정권을 넘어 지속된다. 수익은 실물경제에 기반한다. 산업전략과 자본, 시장이 함께 움직인다"고 덧붙였다. 정책의 일관성이라는 환경이 예측 가능성을 제공해 장기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준다는 의미다.

그는 "자본은 수익만 보지 않는다"면서 "안정성을 찾는다. 영국은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제도적으로도 안정적인 국가로 나아가 장기 자본이 신뢰할 수 있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룩스 대사는 장기 안정성 외에도 영국에서 자본이 산업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4가지 키워드를 소개했다. 그는 "영국 정부는 공공금융기관을 강화했다"면서 "이는 시장을 대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장과 함께 일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영국 국부펀드가 산업의 전략적 투자자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다. 영국 국부펀드는 지분투자는 물론 부채(대출), 보증 등을 활용해 총 278억파운드(55조5400억원)를 투자하고 있다.

그는 "특히 성장과 에너지 전환을 지원한다"면서 "공공 에너지기업인 GB에너지는 청정에너지 투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민간 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어 금융과 산업 경쟁력의 결합을 강조했다.

크룩스 대사는 "오늘날 세계의 교훈은 분명하다"면서 "금융전략과 산업전략은 분리될 수 없다. 영국은 청정에너지와 첨단 제조업, 디지털 기술을 포함한 8개의 고생산성 핵심 산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금융은 기업 육성 과정에서 초기 투자 리스크를 낮추는 역할을 맡는다. 민간의 장기 자본이 들어올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는 "예를 들어 영국 중소기업은행은 핵심 금융을 지원한다"면서 "벤처기업의 성장, 자본의 기반 투자자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장기 자본이 기업 성장의 초기에 참여해야 한다. 크룩스 대사는 "시스템 차원의 장기 자본 동원이 중요하다"면서 "투자자가 너무 늦게 들어오면 자본 유치에 실패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에 영국은 자본이 처음부터 참여할 수 있도록 '스털링(Sterling) 20'을 만들었다. 영국 주요 연기금의 최고운용책임자(CIO)들이 참여하는 스털링20의 목표는 세 가지다. 먼저 장기 저축을 국가 우선 과제와 연결하고, 정부와 함께 투자 기회를 설계한다. 또 장기 파이프라인의 신뢰를 높인다.

크룩스 대사는 개방성은 중요하지만 규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은 여전히 매우 개방적인 투자 시장"이라면서도 "동시에 강한 거버넌스도 있다. 규제는 투명하다. 법적 안정성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크룩스 대사는 기준 없는 개방성이 장기 투자를 저해할 수 있다는 강조했다. 그는 "호주 연기금은 지난 10년간 영국에 투자를 확정해 투명한 규제의 효과를 누렸다"면서 "한국의 기관도 같은 기회를 잡아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실제 영국 최대 연기금 국가퇴직연금신탁(NEST)은 지난해 호주 퇴직연금 기금들이 설립한 글로벌 자산운용사 IFM인베스터스의 모회사인 인더스트리 슈퍼 홀딩스 지분 10%를 인수했다. 상호 파트너십에 기반한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하는 것은 물론 장기 투자를 통한 수익 공유를 위한 거래다.

크룩스 대사는 한국과 영국의 공통 기반을 강조했다. 그는 "영국과 한국은 많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면서 "민주주의, 자유 법치, 자유 무역이라는 양국의 강점은 서로 보완적이다. 양국이 함께하면 더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가 자유무역을 신봉하던 시대가 저물고 블록경제가 대두되는 시대에 양국이 서로를 신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크룩스 대사는 "우리는 자본시장을 현대화하고 있다"면서 "시장과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무엇보다 신뢰를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뢰가 있어야 장기 자본이 움직인다"면서 "한국 금융기관이 영국에 투자하고, 거점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영국 런던이라는 금융허브를 한국 자본의 글로벌 투자 무대로 활용하라는 제언이다.

특별취재팀 예병정 팀장 박소현 김미희 홍예지 김태일 이주미 박문수 서지윤 이현정 이동혁 임상혁 박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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