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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동일인 지정 땐 美 CEO까지 규제?...글로벌 역주행"

이정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23 17:15

수정 2026.04.23 15:32

서울 시내 쿠팡 물류센터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서울 시내 쿠팡 물류센터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다음 달 1일까지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과 관련해 쿠팡이 "사익편취 우려가 없고 글로벌 기업에 맞지 않는 규제"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글로벌 기업 현실과 제도 취지가 맞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 "사익편취 없이 100% 소유 구조..이중규제 문제 커"

23일 쿠팡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동일인 지정을 촉구 주장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동일인 지정 제도는 한국 대기업 집단의 소수 지분 출자를 통한 사익편취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쿠팡은 100% 지분으로 이어진 단일 지배구조로 사익편취 우려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경실련은 "실질적 지배력과 경제적 영향력을 기준으로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는 "실효성이 낮다"는 이유로 2021년부터 매년 쿠팡 한국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해왔다.



쿠팡은 정부가 제시한 동일인 판단 기준을 근거로 △김 의장과 법인 중 어느 쪽을 동일인으로 보더라도 국내 계열사 범위가 동일하고 △김 의장은 쿠팡Inc를 제외한 국내 계열사에 출자하지 않았으며 △친족의 계열사 지분 보유나 임원 재직, 경영 참여가 없고 △친족과 계열사 간 채무보증이나 자금거래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2024년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구체화된 동일인 판단 기준에 해당한다.

또 "모회사부터 손자회사까지 100% 지분으로 이어진 구조로, 총수 일가가 일정 지분을 보유한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 상장사로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공시 규정을 준수하고 있어, 동일인 지정 시 한국과 미국에서 중복 규제를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쿠팡은 동일인 제도가 글로벌 기업에 적용될 경우 영향을 우려하는 입장이다. 쿠팡Inc 이사회에 참여한 해외 기업 CEO들까지 '동일인 관련자'로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쿠팡 이사회에는 아샤 샤르마(엑스박스 CEO), 페드로 프란체스키(핀테크 기업 브렉스 CEO) 등 글로벌 기업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일인이 미국 모회사로 변경될 경우 국내외 계열사뿐 아니라 이사·임원까지 하나의 기업집단으로 묶여 공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사외이사 관련 회사의 계열사 포함 여부를 둘러싼 사례가 있다. 롯데그룹은 사외이사가 소유한 회사를 계열사에서 제외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은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사외이사가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회사는 제외될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동일인 관련자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글로벌 기업, 동일 잣대로 규제 한계''

기업집단 범위가 해외 최상위 소유 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최종 소유자가 자연인인지 법인인지에 따라 국내 계열사 범위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동일인을 자연인으로 지정할 경우 기업집단 범위 자체가 달라질 수 있어 글로벌 기업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기업을 동일한 잣대로 규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동일인 제도는 전통적인 기업집단 관리 수단이지만, 다양한 글로벌 지배구조를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미국, 유럽, 일본에는 동일인 개념이 없다"며 "현행 제도는 외국 투자자들에게 규제 불확실성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