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地정학 이어 AI가 핵심인
技정학을 넘어 자원이 무기 되는
資정학이 국제질서 중심축 부상
글로벌 공급망 관리의 관점에서
가치사슬의 거점을 재배치하고
전략물자인 원자재 재고 늘려야
技정학을 넘어 자원이 무기 되는
資정학이 국제질서 중심축 부상
글로벌 공급망 관리의 관점에서
가치사슬의 거점을 재배치하고
전략물자인 원자재 재고 늘려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은 이를 일깨워주었다. 국제시장에서 수급에 따른 일반상품(commodity)으로 거래되던 원유, 천연가스가 순식간에 국제역학 관계와 직결되는 전략물자(Strategic Materials)로 급변하였다. 이는 일시적 수급 불일치 차원이 아니라 기존의 자유무역, 자유항행에 기반한 글로벌 경제질서 변화의 서곡이다.
전통적인 지(地)정학에 디지털AI 기술이 국가안보의 핵심으로 부각되는 기(技)정학에 이어 자원이 국제질서의 중심축으로 재부상하는 자(資)정학이 중첩되는 격변기이다. 1991년 소련과 공산권 붕괴 이후 형성된 글로벌 경제의 기본 전제가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대전환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에는 기존 글로벌 전략의 재편이 필수불가결한 국면이다.
19세기에 등장한 지정학은 대륙, 해양, 해협, 반도 등의 지리적 위치에 따라 국제정치적 위상이 결정된다는 접근이다. 20세기 후반부터 제기된 기정학은 첨단기술 역량을 국제관계의 주요변수로 본다. 대만의 TSMC는 중국 위협에 맞서는 전략적 가치의 핵심으로 나라를 지키는 신성한 호국신산(護國神山)으로 불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 기업 팔란티어의 AI서비스와 스페이스X의 위성통신망 스타링크는 군사작전의 핵심 인프라로 기능한다.
자정학은 21세기에 미중 갈등을 계기로 급부상하였다. 첨단제품 생산용 희토류, 배터리 원자재인 리튬과 흑연 등이 수출통제의 단골메뉴로 등장했다. 더욱이 이란과 미국의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따른 국제 원유가격 급변과 물류망 혼란은 자원무기화를 가속화시킨다.
전통적 지정학에 디지털AI발 기정학, 자원무기화의 자정학이 중첩되고 증폭되면서 1945년 세계 2차대전 종전 이후 80년간 지속된 국제질서의 근간까지 변화하고 있다. 유엔 등 국제기구 무력화, 자유무역 축소, 자유항행 위축, 달러 주도권 약화의 4가지 흐름이다. 이미 중요한 국제적 분쟁과 갈등해결에 식물화된 국제기구의 역할은 실종되었다. 국가 간 통상교역 문제 해결에서 무기력한 세계무역기구(WTO)가 대표적이다. 또한 각국의 관세 무기화로 자유무역이 위협받고 있다. 공해상 자유항행도 국제분쟁을 명분으로 민간선박 공격과 압류가 빈발하면서 퇴색되었다. 기축통화인 달러 주도권도 약화되고 있다. 미국의 대규모 국가부채에 페트로 달러의 기반인 중동산 원유와의 연계 약화, 달러 국제결제시스템의 무기화가 겹치면서 장기적인 달러 신뢰도가 도전받는다.
이는 우리 기업들이 지금까지 향유하였던 우호적인 경영환경의 변화를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미국·소련이 대립하는 냉전체제에서 기회영역을 확보했다. 자유민주진영의 최전선이라는 전략적 가치로 서방 선진국의 자본과 기술을 도입하고 수출시장이 열렸다. 1990년대 이후의 글로벌 경제시대는 새로운 도약의 전환점이었다. 전 세계 차원에서 통합된 단일시장을 무대로 변방의 약소기업들이 반도체, 자동차 등 글로벌 산업의 주역으로 발전하였다. 하지만 글로벌 개방경제는 경제 블록화, 기술안보 확산, 자원통제 강화로 분절되고 위축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단극체제에서 가치의 원천이었던 상호의존 연결망이 중국, 러시아 등 브릭스(BRICS)가 부상하는 다극구조에서는 변동성에 취약한 초크포인트(Choke Point)로 변모했다.
이러한 환경변화에 대응하여 우리나라 기업들도 국제분업 구조와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이 시급하다. 시장과 기술, 자원이 개방된 기존 여건에서 국가 간 지역 간 분업은 철저하게 효율성에 기반하였다. 조달원가와 물류비용에 기반하여 생산과 유통의 거점을 배치하고 시장에 접근하여 수익성을 높였다. 하지만 국제정세 급변으로 이러한 시스템의 취약성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관리(SCM) 관점에서 가치사슬의 거점을 재배치하고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전략물자로 분류되는 원자재의 안전 재고 수준을 높여야 한다.
기업 성장은 운영적 연속성 속에서 전략적 불연속점을 지나는 과정이다. 매출을 늘리고 수익성을 높이는 단계적 성장이 아니라 격변기의 변곡점에서 변화 대응에 지체된 경쟁사가 내외부의 파도에 무너질 때 점프하듯이 성장한다. 현재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지(地)·기(技)·자(資)정학의 격변기도 이러한 맥락에서 접근하고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김경준 전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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