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中 게 섰거라…원가경쟁력에 주력
군산조선소 매각 추진 등 국내 사업장 '고부가' 중심 재편
베트남·필리핀·인도 등 해외 거점으로 벌크선·탱커 공략
[파이낸셜뉴스]HD현대가 조선업 '원가경쟁력' 강화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중국 조선소들이 저가 물량으로 시장을 파고드는 가운데, HD현대는 국내 조선소를 고부가가치 선종 중심으로 재편하고 해외 생산거점을 확장해 가격이 아니라 구조로 이기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군산조선소 매각 추진은 이 상징적 장면으로 꼽힌다.
이 같은 결정은 "국내에서 저가 물량을 끝까지 쥐고 가기보다, 수익성 높은 선종과 핵심 역량(설계·엔지니어링·기자재·기술)으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그룹 내부적으로도 조선·전력기기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되고 현금창출력이 확대되면서 재무 부담이 완화되는 것에 더해 '마진 극대화'다.
실제로 HD한국조선해양의 영업이익은 2021년 -1조3848억원, 2022년 -3556억원에서 2023년 2823억원으로 흑자 전환한 뒤 2024년 1조4341억원, 2025년 3조9044억원으로 급증했다. 영업이익률도 2023년 1.33%에서 2024년 5.62%, 2025년 13.04%로 가팔라졌다. 수주 환경 개선과 고부가 선가 상승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업계에선 "이익률이 이 정도 속도로 개선되려면 공정 효율화와 원가 절감이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원가경쟁력의 첫 축은 자동화다. HD현대삼호는 용접로봇과 자동화 시스템을 선제 도입해 반복·고강도 작업 부담을 낮추고 안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생산 현장을 바꾸고 있다. 협동로봇의 경우 2셀 기준 단일 작업시간은 작업자(약 13분)가 로봇(약 15분)보다 빠를 수 있지만, 하루 생산량으로 보면 로봇이 45~50셀까지 가능해 작업자(25~30셀)를 상회한다. 로봇이 피로도·컨디션 변수 없이 일정한 품질과 속도를 유지한다는 점이 '총원가' 관점에서 강점으로 작동한다. HD현대중공업도 용접 공정을 중심으로 자동화를 단계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절단과 용접을 하나의 자율 생산라인으로 통합한 '러그 자율 제조 공정'은 설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절단·조립·용접이 연속 수행되는 완전 자동화 모델로, 품질 균일화와 생산량 확대를 동시에 겨냥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미래 첨단 조선소(FOS·Future of Shipyard)'가 본게임이다. HD현대는 2030년 완성을 목표로 디지털 트윈·AI·빅데이터를 조선소 전반에 적용해 생산성과 효율을 혁신한다는 구상이다. 2023년 1단계(가시화) 구축에 이어, 현재는 설비·공정·데이터를 연결해 예측·최적화하는 2단계를 진행 중이다. 회사는 FOS가 완성되면 생산성 30% 향상, 건조 기간 30% 단축을 기대하고 있다.
핵심은 공정 효율을 구조적으로 끌어올리는 '블록 대형화'다. 동일 선종(115K PC선) 기준 베트남 HVS가 평균 197t 블록 78개를 탑재한다면, HHIP는 평균 327t 블록 47개 탑재로 횟수 자체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탑재 횟수는 곧 크레인 가동·도크 점유·인력 투입과 직결되는 만큼, 원가경쟁력의 '레버'가 될 수 있다.
KB증권 분석에 따르면 HHIP는 2030년 연 10척 체제에서 5500명 운용 계획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처럼 인력을 대규모로 붙여 생산을 밀어붙이기보다, 레이아웃·물류 흐름 최적화와 일부 병목 공정 로봇 투입으로 '고정비'를 통제하겠다는 계산이다. HD현대중공업의 베트남 자회사인 HD현대베트남조선(HVS)은 추가 투자를 통해 연간 건조 능력을 15척에서 23척으로 확대한다. '중국과의 정면 가격경쟁을 피하면서도 물량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인도는 자국 조선·해양 산업 육성 의지가 강한 데다, 중장기적으로 상선뿐 아니라 방산·MRO(유지·보수·정비) 수요까지 겹칠 수 있는 만큼 '제2의 생산벨트' 후보로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HD한국조선해양의 영업이익률이 2023년 1.33%에서 2025년 13.04%로 뛰는 흐름은, 원가경쟁력 강화가 단순 구호가 아니라 실적의 '핵심 변수'로 올라섰음을 시사한다"며 "중국이 강한 구간은 해외 생산기지를 활용해 대응하면서 자동화·디지털 전환을 꾀해 생산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강구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