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식 산림청장
기후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수록 산림을 향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산림은 기후위기에 대응할 유일한 희망이자, 저비용·고효율 탄소 감축 방안인 '자연기반해법(NbS)'이기 때문이다. 특히 다가오는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아, 이제는 단순히 나무를 심는 차원을 넘어 지구의 생명 안전망인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을 회복하는 데 주목해야 한다.
먼저 내년에는 전북특별자치도에 세계 최장 방조제(33.9㎞)를 쌓아 만든 간척지 위로 '국립새만금수목원'이 문을 연다. 이 곳은 원래 바다였던 지역 특성을 살려 해안 및 도서 식물을 중심으로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는 '해안형 수목원'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흥미로운 점은 국립새만금수목원은 탄소를 흡수하는 두 가지 심장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해안·습지 식물과 갯골 등 해양 퇴적물이 탄소를 흡수하는 블루카본(Blue Carbon)과 염분 차단 공법으로 심은 나무들이 광합성을 통해 탄소를 흡수하는 그린카본(Green Carbon)이 그 것이다.
한편, 기후변화로 식물 서식지가 점차 북상하면서 아열대와 난대 식물의 종자를 보존하는 일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이에 산림청은 전남 완도에 국내 최대 난대림 자생지를 기반으로 '국립완도난대수목원'을 조성하고 있다. 이 곳은 지난 1991년부터 운영해 온 완도수목원을 모태로 하며, 완도호랑가시나무 등 173과 2308종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산림청은 그동안 지적받았던 전시 콘텐츠와 시설 등을 차별화해 대폭 보완한 뒤, 2030년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소멸위기 지역으로 분류한 완도군은 국립완도난대수목원 조성을 통해 연간 40만 명의 관람객 유치와 1만 5000명의 고용 창출, 1조 4000억 원 규모의 지역경제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국립새만금수목원 또한 내년 상반기 완공되면 1조 7000억 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와 1만 5000여 명의 고용을 유발하며 전라북도 지역의 새로운 생태·경제 거점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지역 소멸을 눈 앞에 둔 지금, 전문가들은 영국의 폐광산을 세계적 식물원으로 탈바꿈시킨 '이든 프로젝트(Eden Project)'에 주목한다. 연간 75만 명을 목표로 했던 이 프로젝트는 개장 이듬해 180만 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그 결과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상생 사업과 양질의 생태관광 일자리를 창출하며 연간 3000억 원에 달하는 경제 효과를 내고 있다.
수목원은 이제 단순히 식물을 전시하는 곳을 넘어, 지역 사회와 환경, 경제를 동시에 책임지는 핵심축이다. 기후변화에 맞서 다양한 생명체를 지켜내는 일은 결국 우리 인간의 삶을 지키는 일과 맞닿아 있다. 산림청은 수목원 조성을 통해 지구에서 사라져가는 생명체에게는 마지막 안식처를, 소멸위기 지역에는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는 '미래의 씨앗'을 꾸준히 심어 나갈 것이다.
kwj5797@fnnews.com 김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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