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기고] R&D 사업화,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29 18:19

수정 2026.04.29 18:19

윤지웅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
윤지웅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
세계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중 9개가 AI·딥테크 관련 기업이다. 과학기술이 곧 국가 경쟁력인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이 세계 2위에 달하는 연구개발 강국이다. 2026년에는 역대 최대인 35.5조 원의 정부 R&D 예산이 편성됐다. SCI급 논문과 해외특허 등 양적 성과도 꾸준히 성장해 왔다.

막대한 정부의 R&D투자에 비해 경제적 성과로의 연계는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인식된다. 과학 인프라는 세계 2위지만, 산학 간 지식전달은 40위에 그친다는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 평가도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R&D 지원에 따른 사업화 사례는 증가하고 있고 그 모습도 다양하다. 지난 30여년간 대한민국의 성장을 이끌어온 반도체, 자동차, 디스플레이, 조선, 철강 등의 주요 산업들은 70년대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1980년 초에 시작된 특정연구개발사업 등 대형 R&D사업으로부터 출발했다. 90년대 중반 정부의 집중적인 ICT 산업에 대한 R&D 지원은 네이버, 안랩 등 플랫폼기업들의 성장, MMORPG 기술 기반 게임산업의 태동 등 1세대 스타트업의 성장과 글로벌시장 진출의 발판이 되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최근에는 다양한 방식의 R&D사업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정맥주사를 피하주사로 전환하는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2008년에 설립되고 2019년에 글로벌 빅파마에 기술을 이전한 알테오젠은 2026년 현재 시총 27조에 이른다. 2011년 설립된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024년 삼성에 인수되었다. 이런 사례들은 정부의 딥테크 기반 기업들에 대한 R&D지원이 오랜 시간이 지나 다양한 형태로 사업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대덕 연구개발특구에서 성장한 딥테크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20년 만에 86배 성장했다. 지속적인 정부의 R&D사업화 정책이 실질적 결실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그러나 구조적 한계도 보인다. 공공연구기관의 계약 건당 기술이전 수입은 지난 10년간 제자리걸음이고, 출연연 창업기업 수는 2022년 이후 오히려 감소세다. 연구 현장에서는 "실험실의 연구개발 결과와 기업이 원하는 결과와는 아직 간극이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기초연구와 시장 사이의 '죽음의 계곡'을 건너지 못하는 아이디어도 여전히 많다고 한다. 이는 연구자에 대한 처우나 보상 등 인센티브 미흡, 이해충돌방지법 저촉 우려, 창업을 위한 휴·겸직의 제도적 걸림돌 등이 지속적으로 개선될 이슈들이라고 진단되고 있다. 30년 가까이 지원되어 온 기술이전 전담조직(TLO)은 전문성은 여전히 아쉽게 느껴진다. 또한 부처 간 분절적 사업지원, 딥테크 창업에 필요한 장기 모험투자의 활성화도 오래된 숙제다.


이번에 관계부처가 공동으로 마련한 새로운 'R&D 사업화 시스템 고도화 전략'이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혁신하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 기초연구에서 시장까지 매끄럽게 연결되는 프로그램,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문 통합 지원 혁신생태계가 함께 갖춰지기를 기대한다.
정부와 민간이 진정한 파트너로 협력한다면 대한민국 정부의 R&D지원을 통한 사업화는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다.

윤지웅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