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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1조원대 피해 '젠투 사태' 금융기관 손배 책임 첫 인정

장유하 기자,

정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04 15:41

수정 2026.05.04 15:40

"투자자 보호 의무 다하지 못했다 판단"
서울남부지법. 사진=장유하 기자
서울남부지법. 사진=장유하 기자

[파이낸셜뉴스] 법원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1조원대 피해가 발생한 '홍콩 젠투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판매 금융기관의 손해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제11민사부(강희석 부장판사)는 지난달 17일 국내 제조기업 A사가 신한투자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신한투자증권은 A사에 558만 달러(약 72억5000만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A사는 지난 2019년 신한투자증권을 통해 홍콩 젠투파트너스 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특정금전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상품은 당시 안정적인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구조로 안내됐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서 2020년 환매가 중단됐다.



재판부는 신한투자증권이 단순 판매사가 아닌 파생결합증권(DLS)의 발행사로 보고, 이에 걸맞은 투자자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신한투자증권이 펀드 순자산가치(NAV) 산출 방식과 산출이 불가능할 경우 발생할 위험을 구체적으로 조사하지 않았고, 판매 직원 역시 NAV 산출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부실하게 설명했다는 것이다.

펀드의 레버리지 전략에 따른 위험성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신한투자증권은 젠투 펀드가 무제한 레버리지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운용사 측에 형식적인 이메일 확인만 거친 뒤 "레버리지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단정해 투자자에게 안내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이 같은 설명이 상품 위험도를 실제보다 낮게 오인하게 만든 중대한 과실에 해당한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기망에 따른 계약 취소나 만기 지급일 도과에 따른 신탁금 반환 등에 대한 나머지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한투자증권이 A사를 고의로 속였다고 보기 어렵고, 펀드의 NAV 산출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피고가 신탁금을 상환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에게 각 신탁 계약이 원금비보장형 상품이라는 것을 안내하고 원고도 이를 충분히 알고 있었던 점, 신한투자증권 역시 환매중단 사태로 인해 운용사와 분쟁을 계속하고 있는 점 등을 손해배상 범위 산정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A사의 소송 대리인 법무법인 바른 김재환 변호사는 "동일한 젠투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하더라도 금융사가 상품을 어떻게 설계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판매했느냐에 대한 철저한 입증에 따라 법적 책임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 판결"이라며 "이번 결과는 향후 젠투 사태와 관련한 수많은 미해결 분쟁에서 투자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강력한 법적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정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