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신고자 형벌 감면 신청 1호 사건
차명계좌 이용해 14억원 부당이득
범행 1달 후 주가 2배 넘게 폭등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신동환 부장검사)는 8일 오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자칭 영화 '작전'의 주인공 김모씨와 전직 대신증권 부장 전모씨, 필라테스 강사 출신 인플루언서 양정원씨의 남편이자 재력가인 이모씨 등 총책급 3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공범 6명은 불구속 및 약식 기소했으며, 이외 1명은 지명수배로 기소중지 상태다.
이들은 2024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다수의 차명 증권계좌를 이용해 통정·가장매매 265회, 고가매수주문 1339회 등 시세조종성 주문을 제출함으로써 14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전씨를 '선수'로 두고 코스닥 상장사 주식에 대한 시세조종 작전을 기획했다.
일당이 본격적으로 시세조종을 시작한 지난해 1월 14일 전일 종가 1926원이던 범행 대상 상장사 주가는 지난해 2월 24일 장중최고가인 4105원을 기록했다. 당시 평소 거래량의 400배에 달하는 시세조종이 이뤄졌으며, 이들은 지난해 4월 17일까지 844만주를 사고팔며 289억원 상당의 거래를 일으킨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는 '5일 이동평균선'을 오가는 방식으로 주가 관리를 하며 금융감독원의 감시망을 피했고, 이씨 측은 인맥을 동원해 해당 종목의 허위 호재를 퍼뜨리는 이른바 '펄붙이기' 역할도 수행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해 3월 14일 김씨 측 공범의 배신으로 주가가 하한가까지 떨어지자, 다시 주가를 올릴 시세조종 용병으로 K리그 출신 축구선수를 영입해 추가 매수세 유입과 주가조작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씨가 배우자 양씨의 사기 사건 무마 청탁 명목으로 현직 경찰관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은 이씨의 뇌물공여 혐의를 함께 기소하고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앞서 양씨는 2024년 7월 가맹점주들로부터 사기와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로 고소됐으나, 당시 사건을 맡았던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처분을 받았다. 이씨는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평소 친분이 있던 경찰청 소속 경정을 통해 강남경찰서의 송모 경감에게 접근한 뒤 룸살롱 접대를 하고 금품도 건넨 혐의를 받는다.
이번 사건은 시세조종과 관련해 처음으로 자수자가 대검찰청에 접수한 '자진 신고자 형벌 감면 신청'(리니언시)을 토대로 수사가 개시된 사례다. 다만 검찰은 자수한 범행 관계자가 누구인지 공개하지 않았다.
신 부장검사는 "수사 단계 협조에서 나아가 최종 유죄 확정 시까지 진실을 밝히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따라 형이 면제되거나 감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당이득액이 14억원에 그친 데 대해서는 "주가가 애초 목표인 8000∼1만2500원까지 오르기 전에 공범 1명이 크게 배신을 했기 때문"이라며 "서로 믿지 못해 뒤통수를 치다가 결국 실패한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남부지검 측은 "유관기관과 전담팀을 꾸려 압수수색 후 약 2개월 10일 만에 주가조작 범행의 전모를 밝히고, 범죄수익환수부와 연계해 관련된 불법자산을 동결했다. 부당이득은 물론 시세조종에 제공된 원금까지 끝까지 몰수하겠다"며 "주식시장에서 부당한 방법과 반칙으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자들에게 '주가조작 사범은 반드시 패가망신한다'는 사실을 주지시키겠다"고 밝혔다.
psh@fnnews.com 박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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