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응급구조사가 꿈이었던 내 친구"...광주 고교생들, 살인범 엄벌 성명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11 09:13

수정 2026.05.11 09:12

광주·강원 고교생들 잇따라 성명 발표 가해자 신상 공개 지연에 공분 사법부에 엄벌 촉구 최고형 요구


7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계동 남부대 인근 인도에 흉기피습으로 사망한 10대 여학생을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뉴스1
7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계동 남부대 인근 인도에 흉기피습으로 사망한 10대 여학생을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 없는 2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숨진 여고생의 또래 고등학생들이 잇따라 성명을 발표하며 가해자 엄벌과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학생들은 친구의 죽음을 단순한 사고로 치부하지 말아달라며 사회적 연대를 호소했다.

사건 발생 3일 뒤인 지난 8일부터 광주 지역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추모와 분노가 담긴 성명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피해 학생의 친구들이 활동하는 광주 경신여고 교지편집부 '매향'은 SNS를 통해 "피해 학생은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응급구조사와 간호사를 꿈꾸던 따뜻한 친구였다"며 "그 소중한 꿈이 허망하게 멈춰버렸다"고 비통함을 전했다.

학생들은 가해자 장 모(24) 씨가 주장하는 '우발적 범행' 가능성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숭일고 학생회와 설월여고 학생들은 "범행 전 흉기를 준비하고 대상을 물색한 점, 범행 직후 치밀하게 도주한 정황 등은 명백한 계획 범죄임을 보여준다"며 "타인의 삶을 앗아간 대가가 얼마나 무거운지 사법부가 법이 허용하는 최고의 형으로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이번 사건이 온라인상에서 지역 비하 발언으로 소비되는 현상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했다. 전남여고 학생회는 "지역 혐오 발언이 이어지는 현실에 두려움을 느낀다"며 "이 비극은 어느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고통을 분담하고 애도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광주를 넘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강원 속초여고 신문부는 "평범한 학생의 삶이 잔혹한 범죄로 멈춘 사실에 많은 학생이 충격을 받았다"며 "이런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관계기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한다"고 성명을 냈다.

학생들의 분노가 거세진 데에는 가해자 장 씨의 뻔뻔한 태도와 과거 행적이 큰 영향을 미쳤다. 장 씨는 경찰의 신상 공개 결정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동의를 거부해 공식 게시 시점을 늦췄다. 또한, 사건 발생 이틀 전 직장 동료를 스토킹하고 폭행해 경찰에 신고된 전력이 드러나면서 '구조적 여성 혐오 범죄'라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장례를 마친 피해 학생의 아버지는 딸의 영정을 들고 사건 현장을 찾아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가해자에게 큰 벌을 내려야 한다"며 눈물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오는 14일 장 씨의 신상을 공개할 예정이며, 현재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와 디지털 포렌식 등을 통해 정확한 범행 동기를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편, 피해 학생을 도우려다 중상을 입은 고2 남학생 B 군은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광주 경신여고 교지편집부 '매향'이 지난 8일 SNS를 통해 발표한 성명서. 출처='매향' 인스타그램 갈무리
광주 경신여고 교지편집부 '매향'이 지난 8일 SNS를 통해 발표한 성명서. 출처='매향' 인스타그램 갈무리

어린이날이었던 지난 5일 광주 도심에서 발생한 묻지마 흉기 난동으로 숨진 A 양을 추모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취지의 성명문을 낸 강원 속초여자고등학교 신문부 '석류의 창'. 출처=석류의 창 SNS, 뉴스1
어린이날이었던 지난 5일 광주 도심에서 발생한 묻지마 흉기 난동으로 숨진 A 양을 추모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취지의 성명문을 낸 강원 속초여자고등학교 신문부 '석류의 창'. 출처=석류의 창 SNS, 뉴스1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