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fn광장] 미래 없는 '닥치고 분배'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13 18:10

수정 2026.05.13 18:10

삼성·SK하닉, 역대급 영업익 예고
삼성전자 노조 올 45조 성과급 요구
반도체성공, 現노조원만의 성과아냐
  초과세수 활용 '국민배당금제' 파문
국가미래 감안 땐 부채 상환 등 필요
정부·기업, 지속적 경쟁력 우선해야

김규성 정치부장
김규성 정치부장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배분 문제를 놓고 충돌 중인 가운데 청와대 김용범 정책실장이 지난 12일 '국민배당금' 제도를 제안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올해에만 약 45조원의 성과급을 요구한 삼성전자 노조 협상안은 서민들에게는 충격 자체였다. 이어진 국민배당금제는 증시를 출렁이게 했다. "개인적 입장"이라는 청와대의 선 긋기와 초과세수 활용이란 전제에도 기업이익의 사회적 공유가 핵심 논리여서다. 급진적 느낌도 강했다.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하면 시장이 정책 방향성을 잘못 읽을 법한 아이디어였다. 김 실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코스피가 순간적으로 5%가량 급락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 국민배당금제 제안은 큰 틀에서는 분배에 방점이 찍힌다. 삼성전자 노조는 올 1·4분기 영업이익이 57조2000억원이라는 실적이 발표되자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지급과 성과급 상한 폐지를 요구했다. 연간 단위로 확대하면 삼성전자의 영업익은 올 한 해에만 3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15%룰을 적용하면 45조원까지 늘어난다. 곳간이 차면 분배 목소리가 커지는 건 인지상정이다.

국민배당금제는 기업이익 분배의 사회적 확장판이다. 인공지능(AI) 시대 기업의 역대급 이익으로 발생할 초과세수를 국민에게 환원하는 방식으로 이 제도를 언급했다. 김 실장은 국민배당금제를 말하면서 반도체라는 단어만 8차례 썼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염두에 뒀을 수도 있다.

반도체 산업의 현재 성과는 오랜 기간 축적된 산업 인프라와 교육시스템, 정부 정책의 복합적 결과물이다. 당연히 분배는 필요하다. 정부 재정·세제 지원과 여론 호응 등의 버팀목이 없었다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현재는 상당히 달랐을 것이다. 공장 증설 땐 'K칩스법'으로 세제혜택을 줬고, 특혜 비판에도 글로벌 시장선점 논리를 우선했다. 국가첨단산업법, 반도체특별법 등 반도체 기업에 대한 금융·인프라 지원 사례는 숱하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미래다. 현재에만 집중하면 미래가 파괴된다.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가계, 정부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가 올해 45조원가량을 노조원 개개인에게 나눠주고, 매년 이 같은 형태를 반복한다고 가정해 보자. 반도체 기업은 적자일 때도 거액의 자본을 투입해야 글로벌 경쟁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생산라인 하나만 늘려도 50조원이 들어간다. 현재를 살면서 끊임없이 미래를 고민해야 하는 게 숙명이다. 기업경쟁력의 핵심인 연구개발(R&D)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주주에게 배당된 돈은 11조원이었다. R&D 비용은 약 38조원이었다. 반도체 업종은 빠르고 집중적이며 대규모 투자가 산업의 성패를 가른다. R&D 비용을 훌쩍 넘긴 현금성 성과급 지급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어떻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삼성전자 노사 문제에 대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내놓은 직관은 타당하다. 김 장관은 "현 단계에서 어느 정도 이익을 누리고, 미래 세대의 몫이자 미래 경쟁력을 위해 남겨놓을 것인지에 대한 조화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노조의 과도한 성과급 요구는 정부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김용범 실장이 AI 산업 이익배분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에 화두를 던진 것은 일면 적절하다. 그럼에도 당장 올해 세수 초과분 활용 때, 미래 대비 예산 분배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시장경제 근간을 훼손해서도 안 된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을 500조원대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납부할 법인세는 100조원을 넘게 된다. 정부가 당초 예상했던 올해 법인세수 목표치인 86조원을 두 기업의 세금만으로 채우는 것이다. 내년 영업이익 전망은 700조원대다. 2026년과 2027년 세수가 역사적 규모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다 추가로 고소득 반도체 인력의 소득세 등을 감안하면 역대급 세수가 쌓일 수 있다. 세수 급증분으로 미래를 대비해 국가부채 상환에도 상당 부분 배분해야 한다. 일종의 정부판 미래 투자다. 그래야 정부 당국자들의 삼성 노조 비판에 무게감이 더 실린다.

반도체는 축복이다. 그렇지만 기업은 돈 빼는 현금지급기가 아니다. 현재에만 집중하고 투자를 소홀히 하면 누구든 장밋빛 미래는 장담하기 힘들다. 호황의 시간은 지나가기 마련이다.
한국만 너도나도 반도체 이익을 나눠 쓸 궁리를 하다가 경쟁국에 추월당할까 걱정된다. 미래 경쟁력 훼손 없는 지속가능한 성과배분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 정부 모두의 현안이다.

mirror@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