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만의 베이징 회담…웃으며 손잡고 속으론 관세·대만 충돌 시진핑 "투키디데스 함정 넘어야"…트럼프 "전적으로 상호주의" 머스크·쿡·젠슨 황 총출동…美기업 카드로 대중 압박 이란·호르무즈 현안도 관심, 에너지·안보 빅딜 주목
[파이낸셜뉴스] 글로벌 경제와 안보 질서의 명운을 가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렸다. 9년 만에 베이징에서 재회한 두 정상은 표면적으로는 '위대한 지도자'와 '동반자'를 언급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으나 이면에서는 상호주의와 대등한 공존이라는 서로 다른 계산법을 내세우며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두 정상은 이날 오전 10시께 공식 환영식을 시작으로 135분간의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두 정상의 대면은 지난해 10월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후 7개월 만이다. 트럼프의 베이징 방문은 2017년 이후 약 9년 만이다.
회담장으로 이동하는 레드카펫 위에서 트럼프는 양팔을 벌려 시진핑에게 설명하거나 등을 가볍게 두드리는 등 친밀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협상장에서는 관세·반도체·이란·대만 문제 등 현안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시진핑은 모두발언에서 국제정치 용어인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직접 언급하며 미중 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강조했다. 기존 패권국이 신흥 강대국의 부상에 위기감을 느끼면서 경쟁과 갈등이 발생하고 결국 패권 충돌로 이어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시진핑은 "미중 양국이 새로운 대국 관계의 모델을 열 수 있을지는 역사와 세계가 던지는 질문"이라며 "적수가 아닌 파트너가 돼 공동 번영을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대중 압박을 견제하는 동시에 중국을 미국과 나란히 세계 질서를 이끄는 '대등한 초강대국'으로 인정하라는 요구로 풀이된다. 미국 일극 체제에서 미중 양강체제로의 전환이다. 특히 시진핑은 트럼프가 공을 들이고 있는 미국 건국 250주년을 축하하는 덕담을 건네며 협력을 압박하는 정교한 외교술을 보였다. 대만 문제에 대해선 "잘못 건드리면 미중이 충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시진핑을 위대한 지도자로 거듭 칭하며 개인적 친분을 부각했다. 하지만 경제 현안에서는 상호주의를 전면에 내세웠다. 트럼프는 일론 머스크(테슬라), 팀 쿡(애플), 젠슨 황(엔비디아) 등 미국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수행단에 포함된 점을 언급하며 "이들은 중국과 사업을 고대하고 있으며 그것은 전적으로 상호주의적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두, 소고기, 보잉 항공기 등 미국산 제품의 대규모 구매 확약이라는 '선물'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회담에서는 2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 위기 등도 주요하게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중국의 대이란 영향력을 활용해 해협 재개방을 압박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에 상응하는 관세 완화나 첨단 기술 수출 통제 해제를 요구하며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비공개 회담 종료 후 구체적인 합의 사항을 조율 중이다. 이날 오후까지 양측은 회담 결과에 대한 공동성명이나 기자회견을 갖지 않았다.
회담 후 톈탄공원을 함께 산책한 두 정상은 이날 저녁 국빈 만찬에 이어 15일 티타임 및 업무 오찬을 끝으로 공식 일정을 마무리한다.
공개될 회담 결과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과 원자재 시장의 방향성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회담 전부터 국제유가와 미국 국채 금리, 아시아 증시는 미중 협상 결과를 주시하며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양국이 최소한 갈등 확산을 억제하는 수준의 관리 체제에 합의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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