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혼자 학원 보내기 겁난다" 불안 호소
전문가 "불심검문 강화·범죄 원인 국가 차원 분석해야"
[파이낸셜뉴스] "학원 끝나고 오는 시간이 밤 10시를 넘기면 괜히 창밖부터 보게 돼요."
서울 광진구에서 중학생 딸을 키우는 이모씨(48)는 최근 자녀가 귀가할 때까지 TV 소리도 줄여 놓고 기다리는 날이 많아졌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는 늦게 다니지 말라고만 했는데 광주 사건 이후에는 학원 끝나면 바로 들어오라고 재촉하게 된다"며 "경찰차가 자주 보이기만 해도 부모 입장에서는 훨씬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아들을 둔 박모씨(52)도 "밤늦게 귀가하는 날이면 괜히 전화하게 되는 횟수가 늘었다"며 "학생들이 몰리는 학원가만큼은 순찰을 상시적으로 강화했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실제 학원가 주변에서는 학생들이 일부러 여러 명 함께 이동하거나 밝은 대로변 위주로 돌아가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는 게 학부모들의 설명이다.
광주 도심에서 여고생이 일면식 없는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숨진 사건 이후 학생 귀갓길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광주 여고생 피살 사건 이후 학생 생활권 중심 특별 치안 활동이 전국에서 대대적으로 이뤄지는 양상이다. 전날 광주 광산경찰서는 지난 5일 0시 11분께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인적 드문 보행로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장윤기(23)를 살인 등 혐의로 구속 송치하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광주경찰은 현재 광산구를 중심으로 범죄취약지와 다중밀집지역 중심 특별치안활동을 진행하며 학원 밀집지역과 통학로 순찰을 확대하고 있다. 스토킹 등 관계성 범죄 고위험군 관리와 흉기·강력범죄 대응 체계 강화에도 나선 상태다.
서울에서도 학생 생활권 중심 순찰이 이어지고 있다. 광진경찰서는 지난 14일 오후 광진구 광장동 학원가 일대에서 학생 귀갓길 안전 확보를 위한 캠페인 및 범죄 취약지 범죄예방진단을 진행했다.
광진서장 주관 하에 범죄예방대응과·여성청소년과·형사과·교통과·광나루지구대 등 경찰서 전 기능이 협업한 이번 활동은 서울경찰청이 추진하는 '학생 맞춤형 특별 치안활동'의 일환이다. 오성훈 광진서장은 "등·하교 시간대뿐 아니라 늦은 시간까지 학원에서 공부하고 귀가하는 학생들의 안전과 학부모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흐름은 사회 전반에서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국가통계포털(KOSIS)의 2024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이 느끼는 사회 불안 요인 가운데 '범죄'가 17.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낀다는 응답은 이전 조사보다 4.4%p(포인트) 감소했으며 앞으로 더 안전해질 것이라는 기대감 역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일회성 순찰을 넘어 보다 적극적인 공권력 행사와 범죄 원인에 대한 국가 차원의 분석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흉기 소지 등 위험 징후가 있는 경우 경찰의 불심검문 같은 적극적인 공권력 행사도 필요하다"며 "이를 자유 제한으로 볼 게 아니라 시민 안전을 위한 상시적 예방 활동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같은 사건을 단순한 '이상동기 범죄'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며 "사회적 고립과 관계 단절, 분노 누적 등 근본 원인을 정부 차원에서 분석하고 범부처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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