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조깅 수준 달려도 만점… 재직경찰 '봐주기식 체력시험' 논란

백창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20 18:29

수정 2026.05.21 18:18

시험결과 근무평정에 반영 탓
동료 온정주의로 감독 관리 허술
경찰관 현장대응 역량 저하 우려


기사 내용과 상관 없는 경찰의 체력시험 모습. 사진=연합뉴스
기사 내용과 상관 없는 경찰의 체력시험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찰 조직에서 재직 경찰관 상대로 매년 1회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체력시험을 놓고 실효성 논란이 인다. 복장 준수 규정이 있는데도 정장을 입고 조깅 수준으로 100m를 달린다거나 악력 수치를 부풀려 만점으로 기재한다는 등의 목격담이 나온다. 시험 결과가 근무평정에 반영되다 보니 기록을 재는 동료 경찰관이 응시자에 '온정'을 베푼 결과라는 지적이다.

20일 경찰공무원 직장훈련 규칙에 따르면 치안감 계급 이하의 경찰관은 매년 10월까지 연 1회 정기적으로 체력시험을 치러야 한다. 치안감은 치안총감, 치안정감 다음으로 높은 계급으로 11개 경찰 계급 중 세 번째에 해당한다.

2024년 기준 전국에서 치안감 이하 경찰관은 13만 여명에 달하는데, 이들 모두 체력시험 대상자다. 다만 만 55세 이상 또는 경무관 이상 경찰관은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장 경찰관이 정해진 종목별 측정 방법을 준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이를 지적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A씨는 "체육복 입고 체조까지 하며 시험을 치르는데, 한편에서 정장 입고 100m를 조깅하는 모습을 보면 힘 빠진다"고 썼다.

B씨는 "본인의 악력이 최고일 때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시험을 치르지도 않고 그대로 점수에 반영 받는 경우도 있었다. 정석대로 하는 사람도 있는 만큼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C씨는 "감독관에 따라 인정받는 점수가 다르다. 팔굽혀펴기의 경우 1㎝만 내려가도 카운팅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5㎝ 이상 내려가야 1개로 인정하는 감독관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공무원 체력관리 규칙에 따르면 체력시험은 4개 종목으로 구성된다. 100m 달리기와 팔굽혀펴기, 교차 윗몸일으키기, 악력 측정 등이다. 달리기할 때는 간편한 복장으로 준비하고, 팔굽혀펴기는 팔은 직각, 몸은 수평인 상태에서 매트로부터 간격 5㎝ 이내로 유지한 뒤 원위치로 돌아가야 한다고 규정돼 있으나 현장에선 잘 지키지 않는 것이다.

경찰관들이 현장대응 역량점검을 위해 매년 실시하는 체력시험을 연례행사로 치부하는 등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시험 결과는 근무성적 평정의 기초로 활용하는 데도 감독관 역시 같은 경찰관이다 보니 동료 간 '봐주기식' 시험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부 감독관을 초빙하는 등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경찰이 체력 향상을 위해 배정한 예산이 적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체력시험을 주관하는 외부업체를 부르면 전국에서 각기 다른 업체를 부를 수밖에 없어 이 역시 형평성 확보가 어렵다"며 "과거 사격훈련 때 정해진 근무복을 무조건 입어야 했던 것처럼 이제부터 체력시험을 치를 때 복장을 구체적으로 정해 통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봐주기식 체력시험이 경찰 조직 전체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성실하게 시험에 참여하는 경찰관도 있는 만큼 일부 사례만 부각하면 조직의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체력시험 과정에서 관리·감독이 부실하다는 일부 지적이 있지만, 지휘부에서는 정해진 기준에 맞게 감독할 것을 현장에서 수시 강조하고 있다"며 "측정 기준을 자의적으로 판단해 완화하는 일이 없도록 더욱 신경쓰겠다"고 말했다.

huni@fnnews.com 백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