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전자 '나비효과', K-제조업 '신뢰' 흔들…中·대만 반사이익

뉴스1

입력 2026.05.21 06:03

수정 2026.05.21 08:17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 걸린 삼성그룹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2026.5.20 ⓒ 뉴스1 최지환 기자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 걸린 삼성그룹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2026.5.20 ⓒ 뉴스1 최지환 기자


20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5.20 ⓒ 뉴스1 김영운 기자
20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5.20 ⓒ 뉴스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005930)가 가까스로 총파업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한국 제조업 신뢰도 전체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서 출발한 '영업이익 N%' 성과급 요구가 자동차와 조선 등 K-제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 사례를 통해 확인했듯이 노조의 이번 요구는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어서 노사 협상이 장기화하고 파업 가능성 또한 커지게 된다.

이는 양질의 제품을 적기에 공급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쌓아 온 K-제조업 신뢰도에 의문을 품게 하는 요인이다. 해외 수요 업체 입장에서는 공급 차질에 대비할 수밖에 없고 중국과 일본, 대만 등 K-제조업 경쟁 국가들은 반사이익을 누리게 된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총파업 위기에 中·대만 반도체 기업 주가 급등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전날 오후 10시 44분쯤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성과급 관련 잠정 합의안에 서명했다. 18일간의 총파업 시작을 불과 1시간여 앞둔 시점이었다.

노사는 반도체 부문(DS) 특별 성과급을 신설하고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삼기로 했다. 현금 대신 전액 자사주로 지급하되 상한은 두지 않기로 했다. 사업성과는 영업이익과 경제적 부가가치(EVA) 중에서 노조원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합의 내용을 종합하면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 임직원은 올해 5억 5000만 원가량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적자 상태인 DS 부문의 비(非)메모리 사업부 직원들 역시 1억 5000만 원 규모의 성과급을 확보한다.

삼성전자는 총파업 우려에서 일단 벗어나면서 급한 불은 껐다는 평가다. 업계 안팎에선 총파업이 18일간 이어질 경우 직간접 손실이 최대 100조 원에 달할 것이란 추산이 나왔었다. 글로벌 D램 공급은 3~4%, 낸드 공급은 2~3%가량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다만 합의에도 불구하고 손상을 입은 신뢰도와 브랜드 이미지 손상 등의 무형 자산은 회복에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이번 파업 사태는 외신들도 주목하며 합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노조로 인해 언제든 생산이 중단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 셈이다.

특별경영성과급 신설로 비용 부담 증가로 투자 재원 상당 부분을 잃은 점 역시 중장기적으로는 회사 경쟁력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급변하는 반도체 시장에서 경영에 영향을 줄 정도의 고정비 부담은 적자 전환 시기나 위기 상황에선 기업의 발목을 잡는 리스크로 부각될 수 있다.

이에 대만과 중국 등 경쟁 업체들이 반사 이익을 누릴 것이란 우려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실제로 합의 직전 반사 이익 기대감에 최근 중국 반도체 업계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홍콩 증시에서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SMIC 주가는 전날 전 거래일 대비 9~10%가량 상승했다. 중국 2위 화훙반도체 주가 역시 상하이 과창판에서 18% 급등했다.

1분기 호실적에 더해 반도체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맞물린 결과다. 삼성전자 파업으로 반도체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던 점을 감안하면 파업이 직간접적으로 호재로 작용한 셈이다.

車·조선도 과도한 성과급 요구 확산…'파업→신뢰도 붕괴' 리스크 확산

파업으로 인한 신뢰도 리스크는 반도체 외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조짐이다.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인 '영업이익 N% 성과급 지급' 요구가 다른 업계로도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계에선 현대차(005380) 노조가 순이익 30% 성과급을, 기아(000270) 노조가 전년도 영업이익 30% 성과급 및 자사주 지급 확대를 각각 요구하고 있다. 조선업계에선 HD현대중공업(329180) 노조가 영업이익 최소 30% 성과급 배분을 요구하고 나섰다.

완성차 업계의 경우 노조 파업 촉발로 고객 인도 시점이 지연되면 시장에서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납기 준수가 생명과도 같은 신뢰 자산인 조선사의 경우 발주 기피 대상이 되거나 계약 조건 협상 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이 경우 최대 경쟁국인 중국과의 경쟁에서도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파업이 길어지면 고객에 물건을 제때 공급하지 못하면서 신뢰도와 브랜드 이미지까지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거대 기업으로 국가 신용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