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각 사안마다 법관이 개별판단해야"
[파이낸셜뉴스] 자신의 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처벌을 받은 초등학교 담임교사에 대해 담당교사라는 이유만으로 가중처벌을 해서는 안 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1일 초등학교 선생님 A씨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제18조'에 대해 신청한 위헌제청심판에서 위헌판결로 선고했다. 재판부는 위헌 7명, 합헌 2명으로 나뉘었다.
A씨는 지난 2021년 자신의 반 학생들(당시 11세)의 양쪽 손목을 잡거나 허리를 감싸 무릎 위에 앉힌 혐의를 받았다. 또 옆구리나 겨드랑이 부분에 손가락을 찌르는 방식으로 추행한 혐의도 있다.
A씨가 신청한 성폭력처벌법 제18조는 각 기관과 시설의 종사자가 자기의 감독을 받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형의 2분의1까지 가중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A씨는 해당 법 조항으로 인해 모든 형이 일률적으로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아청법은 신고의무자가 13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강제추행한 경우, 7년 6개월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되어있다. A씨 측은 해당 법 조항 때문에 경미한 경우와 정상참작 등의 법관 판단이 있어도 벌금형과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다는 점을 파고 들었다. A씨 측은 "책임과 형벌간의 비례원칙에 반하고,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각 혐의에 따른 처벌이 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형벌의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적절한 비례성을 지켜야 한다"며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강제추행죄를 신고의무자가 범한 경우, 그 책임에 비례하여 보다 엄중하게 처벌할 필요성이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제추행죄는 폭행·협박이나 추행의 행위 태양이 매우 다양하고 그에따라 불법성의 경중 역시 상대적으로 가벼운 것부터 유사강간에 비견될 정도로 중대한 것까지 폭이 넓다. 범죄의 죄질과 행위자 책임의 다양성에 따라 적절한 양형을 할 수 없게 해 책임주의와 형벌개별화 원칙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미성년자에 대한 강제추행이 중한 범죄일지라도, 경미하거나 일회성 등 다양한 경중이 있기에 법관이 행위의 사안에 따라 그에 맞는 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또 "청소년성보호법에 비해 13세 미만 강제추행죄는 벌금형 없이 5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한이 상당히 가중돼있다"며 "가장 불법성이 경미한 경우에 적용되는 법정형의 하한을 추가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엄정한 처벌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정상참작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 사유가 없으면 3년 9개월 이상의 실형이 선고될 수 밖에 없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조항이 도입될 당시에는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강제추행죄의 법정형이 5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3000만원 이상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었지만, 이후 성폭력처벌법이 개정되면서 법정형에서 벌금형이 삭제되고 5년 이상의 유기징역만 남게 됐다.
재판부는 신고의무자가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비교적 경미하게 강제추행했을 경우 실형을 선고하지 않더라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과 집행유예, 사회 봉사 등을 선고해 재범예방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판단도 함께 내렸다.
반대의견을 전한 김형두·김복형 재판관은 해당 부분이 형벌·책임의 비례원칙에 반하지 않고, 다른 강제추행죄의 관계에서도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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