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대규모 투자, 우린 인건비
전업종 확산·노노갈등 방치 안돼
총파업이 현실화됐다면 간접피해까지 합쳐 회사는 100조원에 이르는 손실을 입게 되는 상황이었다. 첨단 공정이 멈춰서는 초유의 사태는 막았지만 기업의 투자 경쟁력 저하 문제와 전 업종으로 확산될 성과급 투쟁 움직임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라고 본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은 반도체 기업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줬지만 이는 수십년 전 투자의 결과물이다. 미래의 성패가 지금의 투자에 달린 것은 그래서이다.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는 '쩐의 전쟁'으로 불릴 만큼 자금 경쟁이 치열하다. 산업 대격변기 기술 우위는 천문학적인 자금 동원력과 적시투자에 따라 결판나기 때문이다. 해외 경쟁사들이 보란 듯 대규모 투자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메모리에서 삼성과 SK를 바짝 추격하는 미국 마이크론은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기존보다 대폭 확대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올 초 착공한 미국 뉴욕주 메가팹에 향후 20년간 100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한다. 파운드리 1위 대만의 TSMC는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560억달러 늘렸다. 최근 3년간 설비투자액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생산거점도 대만 본토를 넘어 미국, 유럽으로 넓히고 있다.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업은 인텔의 투자 속도도 매섭다. 반도체 호황에 침체 늪에 빠졌던 인텔까지 부활의 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해외 기업들은 투자를 위해 현금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성과급으로 연간 수십조원 고정 부담이 생기게 되는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앞서 영업이익 10%를 성과급으로 배정한 SK하이닉스가 올해 초 직원들에게 지급한 성과급 규모는 4조7000억원에 이른다. 올해 250조원 안팎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감안하면 내년 초 직원들에게 25조원을 나눠줘야 한다. 그다음 해엔 40조원으로 추정되는데 2년치 성과급 수준이 반도체 팹 3개 이상을 짓을 수 있는 규모다.
이익의 N% 성과급 할당을 강제하는 곳이 해외 빅테크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는 사실도 생각할 문제다. TSMC의 경우 연간 영업이익 1% 이상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도록 최저 수준만 정해둔 정도다. 별도 위원회가 그해 실적을 기반으로 구체적인 성과급 규모를 결정한다. 마이크론과 인텔은 개별 성과, 기술 성취, 지속 가능성 등을 다각도로 반영한다. 구글, 메타 등 빅테크도 마찬가지다.
노조의 'N% 성과급'투쟁은 자동차, 조선 업종으로 확산될 조짐도 보인다. 현대차, HD현대중공업 등 노조가 이익의 N% 성과급 배분을 골자로 한 임금인상 요구안을 이미 사측에 보낸 상태다. 반도체와 비반도체, 대기업과 중소영세업체 등 산업·기업별 근로자 임금격차는 지금도 문제인데 향후엔 더 극심해질 수 있다. 임금, 성과급 배분에 대한 근원적인 개선 조치와 근로자 양극화 해소 방안을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하는 시점이다. 이대로 방치하면 기업 경쟁력 약화는 물론 극한의 사회적 갈등을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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