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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판결문 두고 법조계 고심..."공개 확대 필요" vs "상업활용 경계"

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사법정책연구원, 판결문 공개 범위·상업 활용 논의
"알 권리 확대" vs "법관 쇼핑 우려" 의견 맞서

사법정책연구원이 27일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개최한 '판결문 공개제도의 실무상 쟁점' 세미나 1세션에서 주요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최은솔 기자
사법정책연구원이 27일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개최한 '판결문 공개제도의 실무상 쟁점' 세미나 1세션에서 주요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인공지능(AI)을 활용한 법률서비스가 확대되는 가운데 법원의 판결문 공개 범위와 활용 한계를 둘러싼 논의가 이뤄졌다. 법조계에서는 국민의 알 권리와 사법 접근성 확대를 위해 공개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AI를 통해 '법관 프로파일링'(판결문 데이터를 분석해 법관 성향을 예측하는 것)이나 상업적 활용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왔다.

사법정책연구원은 법률신문과 함께 27일 오후 서울법원종합청사 청심홀에서 '판결문 공개제도의 실무상 쟁점'을 주제로 공동 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AI와 리걸테크 기술 발전으로 판결문 데이터 활용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공개 범위, 비실명 처리, 데이터 활용 방식 등을 둘러싼 논의가 진행됐다.

기우종 법원행정처 차장은 축사에서 "판결문 공개제도는 국민의 알 권리와 재판 공개 원칙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중요한 제도"라면서도 "개인정보 보호와 인격권 보장이라는 과제 역시 함께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AI 기술 발전으로 판결문 데이터 활용 가능성이 커진 만큼 정보 오남용을 방지하고 국민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제자는 현행 판결문 공개 제도의 한계를 지적하며 제한적 범위에서라도 공개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정현 창원지법 통영지원 부장판사는 과거 판결문과 미확정 판결문의 공개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주요 개인정보를 영문자로 바꾸는 비실명 처리 방식과 관련해서는 성명·주소·금융정보 등 민감정보를 제외한 법인명이나 소재지 주소 등은 공개 대상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행 건당 1000원의 판결문 발급 수수료 역시 접근 장벽으로 지목돼, 이를 폐지하고 복사·전송 제한 등 기술적 방식으로 보완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반면 현재 한국의 판결문 공개 수준이 충분하다는 견해도 나왔다. 김재남 인천지법 판사는 국가별 공개 건수와 사건 대비 공개 비율 등을 비교할 경우 "한국은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도 매우 적극적으로 판결문을 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과 한국은 표현의 자유 보장과 사생활 비밀 중시 정도에 있어서 상당히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AI 기술과 판결문 공개 확대가 결합될 경우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김재남 판사는 "(법관 판결) 예측서비스가 발달하는 경우, 법관의 판결 성향 등을 분석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법관을 선택하는 '포럼 쇼핑'이 횡행할 수 있다"며 "해당 법관과 연고관계가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려고 하는 전관예우와 같은 문제가 오히려 불거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가 AI를 통한 법관의 판결 예측 활용을 제한하고 있는 점도 사례로 제시됐다.

판결문 데이터 모음(세트)의 상업적 활용 문제를 두고도 신중론이 이어졌다. 박철홍 광주지법 순천지원 부장판사는 판결문에는 개인의 경제 상황이나 건강, 신용 정보 등 민감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면서 대량 데이터의 상업적 활용이 개인정보 보호법이나 명예훼손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입법이나 정책적으로 공개가 이뤄진다면 제한적·통제된 방식이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면 지나친 제한이 오히려 시장 독점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경진 가천대 법과대학 교수는 "판결문 정보의 상업적 이용은 금지의 대상이라기보다 관리의 대상"이라며 "공적 데이터 접근이 제한될수록 이미 많은 데이터를 확보한 일부 기업의 시장지배력만 강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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