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학습 사고, 고의·중과실 없으면 교사 민·형사 책임 면제 추진한다
교육부, 현장체험학습 지원 방안 발표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적용 배제도 법 개정안에 포함
보조인력 '학생 50명당 1명'서 '학급당 1명'으로
교육지원청이 계약·차량·안전점검 지원 확대
[파이낸셜뉴스] 앞으로 수학여행 등 현장체험학습 중 안전사고가 나더라도 교사에게 고의나 중과실이 없으면 민·형사 책임을 묻지 않는 방안이 추진된다. 지금은 교사가 안전사고관리지침에 따라 학생 안전조치 의무를 다했는지가 면책 기준이지만, 교육부는 이를 고의·중과실이 있었는지를 따지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적용 배제도 법 개정안에 담는다.
교육부는 2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현장체험학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강원도 체험학습 사고 이후 학교 현장에서 수학여행과 수련회 운영이 줄어들자, 사고가 났을 때 교사 처벌 여부를 가르는 기준부터 손보겠다는 취지다.
교육부에 따르면 충북을 제외한 시도교육청의 수련회와 수학여행 실시율은 전체 기준 2023년 63.2%에서 2024년 65.7%로 올랐다가 2025년 62.2%로 낮아졌다. 초등학교는 같은 기간 53.3%, 57.2%, 48.1%로 떨어졌다.
현행 학교안전법도 학교장과 교직원 등이 안전사고관리지침에 따라 학생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 학교안전사고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안전사고관리지침은 사고 이후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사전 예방조치가 면책 기준에 명확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김영진 교육부 학교정책관은 "교사가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과실이 가벼운 경과실인지, 무거운 중과실인지와 관계없이 형사책임 논란에 놓일 수 있었다"며 "이에 따라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경우 교사의 민·형사 책임을 면제하는 방향으로 기준을 바꾸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이 기준이 도입되면 수사와 재판 단계의 판단도 달라질 것으로 봤다. 지금까지는 안전조치 의무를 다했는지가 쟁점이었다면, 앞으로는 교사가 거의 고의에 가까울 정도로 현저하게 주의 의무를 소홀히 했는지가 쟁점이 된다는 설명이다.
김 정책관은 "중과실이란 일반적인 통상의 주의만 기울였더라도 충분히 예방이 가능했는데도 거의 고의에 가까울 정도로 현저하게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경우를 말한다"며 "단순히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교사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는 많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육부는 경찰청도 이번 법 개정 취지를 반영한 수사 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교안전법 개정과 안전사고관리지침 개정, 경찰 수사지침 정비가 함께 이뤄져야 교사 면책 범위가 실질적으로 넓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고의·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책임을 묻는다.
사고 이후 법률 지원도 앞당긴다. 지금까지는 소송이 진행된 뒤 사안별로 지원하는 성격이 컸지만, 앞으로는 사고 발생 초기부터 교육청 전담팀이 대응한다. 전담 변호사를 지정해 법률상담과 수사 단계, 소송 대응까지 맡기고, 고의·중과실이 명백한 경우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
교원보호공제사업을 통한 지원도 늘린다. 교육부는 중앙 표준 약관 기준으로 소송 한 단계마다 660만원을 지원하고, 배상 책임 한도는 기존 2억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높였다고 설명했다.
현장체험학습 보조인력 배치 기준은 기존 학생 50명당 1명에서 학급당 1명으로 확대된다. 교육지원청이 보조인력 배치와 학교·전문 보조인력 매칭을 지원하고, 소방청·경찰청 등과 협력해 안전사고 예방과 학생 인솔 등을 다루는 온라인 연수과정도 만든다.
교사가 맡아온 행정업무도 교육지원청이 지원한다. 교육부는 모든 교육지원청에 전담 인력을 배치해 안전점검, 차량 임차, 보조인력 배치, 계약 체결 등을 돕도록 할 방침이다. 전담 인력은 2026년 30명에서 2027년 200명으로 늘린다.
민간 종합 패키지 상품도 확대한다. 계약업체가 숙식과 차량, 프로그램 운영, 안전관리까지 총괄하는 방식의 위탁용역을 늘리고,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의 '맞춤형 수학여행 서비스' 상품도 확대한다.
교육부는 창의교육넷 '크레존'을 고도화해 체험처 정보, 안전 인증시설, 활용 후기, 보조인력 매칭 등을 제공하는 통합 플랫폼도 구축한다. 학교 민원은 교사 개인이 아니라 학교민원대응팀을 중심으로 처리하고, 학부모의 안전교육 역할도 매뉴얼에 명시한다. 학교 밖 교육활동에서는 가정에서도 위험 요소를 충분히 인식하고 안전사고 예방 교육을 함께 해야 한다는 취지다.
교육부는 학교안전법 개정안 발의를 6월 중 추진하고, 현장체험학습 통합 지원 플랫폼은 올해 12월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보조인력 온라인 연수 프로그램은 9월부터 운영한다.
[email protected] 이보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