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시황·전망

AI 반도체가 흔든 코스피 시총 지형도…상위권 서열 재편 본격화

배한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31 14:48

수정 2026.05.31 14:48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24년 10월 6일 필리핀 라구나주 칼람바시 삼성전기 필리핀법인(SEMPHIL)을 방문, MLCC 제품 생산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24년 10월 6일 필리핀 라구나주 칼람바시 삼성전기 필리핀법인(SEMPHIL)을 방문, MLCC 제품 생산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인공지능(AI) 반도체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권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총 1·2위를 수성하는 상황에서 SK스퀘어와 삼성전자우가 각각 3, 4위로 올라선데 이어 삼성전기가 현대차를 제치고 5위에 입성했다. 전반적으로 반도체 쏠림 장세가 지수 상승을 넘어 대형주 서열을 바꾸는 단계로 들어섰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5위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스퀘어, 삼성전자우, 삼성전기 순으로 집계됐다. 삼성전기는 시총 158조8735억원으로 현대차 148조398억원을 넘어서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양사 시총 격차는 10조8336억원으로 벌어졌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삼성전기의 순위 변화는 더 두드러진다. 지난 1월 말 삼성전기 시총 순위는 36위에 그쳤지만 지난 2월 말 26위, 3월 말 22위, 4월 말 11위를 거쳐 5월 말 5위까지 뛰었다. 현대차도 피지컬 AI 기대감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데이터센터와 AI 서버 투자가 늘면서 전력 공급을 안정화하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고성능 반도체용 패키지기판 수요가 부각된 삼성전기가 더 빠르게 시총을 키우며 상위권 구도를 바꿨다는 평가다.

오강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시장 개화 이후 삼성전기의 MLCC와 기판 사업이 구조적 성장 사이클에 진입했다"며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고부가 부품 수요로 이어지는 가운데, 공급단가 상승 기대까지 더해지면서 실적과 밸류에이션의 동반 상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AI 반도체 밸류체인 내부에서도 시총 지형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 29일 기준 삼성전자 시총은 1853조2703억원, SK하이닉스는 1662조7346억원으로 SK하이닉스 시총은 삼성전자의 89.7% 수준까지 올라섰다. 지난 1월 말 69.7% 수준이던 비율이 5월 말 90%에 육박한 것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주도권과 AI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감이 SK하이닉스에 더 강하게 반영되면서 시총 1위와 2위 간 거리도 빠르게 줄어드는 모습이다.

시장 내 AI 반도체 밸류체인의 시총 비중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SK스퀘어·삼성전자우·삼성전기 등 5개 종목의 코스피 전체 시총 내 비중은 1월 말 41.8%에서 5월 말 57.7%로 확대됐다. 코스피 시총의 절반 이상이 AI 반도체 관련 대형주에 집중된 셈이다.

실제 5월 국내시장 전체 2874개 종목 가운데 상승 종목은 368개로 12.8%에 그친 반면 하락 종목은 2385개로 83.0%에 달했다. 지수 상승에도 시장 전반의 온기가 확산되기보다 일부 AI 반도체 체인으로 상승 동력이 압축된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AI 중심 쏠림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HBM 생산 확대에 따른 메모리 수급 타이트화와 빅테크의 AI 투자 확대가 맞물리면서 반도체 본체에서 시작된 프리미엄도 기판·부품 등 AI 하드웨어 밸류체인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종민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대세 상승장의 후반부에서는 시장 전체가 고르게 오르기보다 확실한 성장 서사와 이익 가시성을 갖춘 주도주로 자금이 몰리는 경향이 강해진다"며 "현 장세에서도 AI 테마를 대체할 만한 업종을 찾기 어려운 만큼, 한정된 수급은 실적과 내러티브가 뒷받침되는 AI 주도주로 더 압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