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만에 재점화된 '일베 폐쇄'...법조계에선 "근거 없어" VS "개인 피해 커"
李 "일베 폐쇄 지시 검토"에
"개별 소송으로 해결해야" 반대와
"개인 피해 커 국가서 나서야" 찬성
주장 팽팽히 맞서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일간베스트(일베) 폐쇄 등 공론화와 검토" 언급을 놓고 법조계의 의견은 갈린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것이라는 주장과 타인의 사생활까지 침해하는 사이트에 대한 강력 대응이라는 평가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X(구 트위터)를 통해 "엄격한 조건 하에 조롱·혐오표현에 대한 처벌과 징벌배상, 일간베스트저장소처럼 조롱·혐오를 방치 조장하는 사이트 폐쇄, 과징금 등 필요조치를 허용하는 것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며 "국무회의에도 검토를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발언은 전날 일베 이용자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노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행위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대응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관련 입법을 진행 중인 상황이다.
일베 폐쇄는 앞선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도 추진된 바 있다. 정부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일베 폐쇄가 23만명 이상의 지지를 얻자, 공식 검토를 진행했다. 사이트 폐쇄를 하기 위해서는 불법 정보가 전체 게시물의 70% 이상을 차지해야 하는데, 이를 넘지 못해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정보통신망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불법 정보는 △음란 정보 △사람 비방을 목적으로 사실이나 거짓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하는 정보 △공포감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정보 △국가기밀누설 정보 등이 있다. 이같은 불법 정보에 해당할 경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는 정보 처리를 거부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일베의 과도한 폐해를 막기 위한 조치임을 공감하면서도 실제로 이뤄지긴 어렵다며 대법원 판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지난 2015년 진보네트워크가 방송통신위원회(현 방미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취급거부명령처분취소' 소송에서 사이트 폐쇄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재판장 조희대 대법원장)는 원칙적으로 해당 웹사이트 내에 존재하는 정보가 불법 정보여야 하지만, △웹사이트 제작 의도 △게시물 내용과 게시물 중 위법 정보가 차지하는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일베'에 적용한다면, 일베는 단순히 사람들이 모여 유머글 등을 올리는 커뮤니티 사이트일 뿐 특정인을 비방하기 위한 목적의 사이트가 아니라는 취지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보통신망법상 법적 근거가 있어 폐쇄가 가능하지만 사실상 쉽지 않다"며 "대법원 판례는 국가 안보의 관한 사항이라 가능했지만, 일반 명예훼손 등은 '게시물 삭제'로 해석할 수 있다. 만약 방미통위가 사이트를 폐쇄하고 법원까지 넘어간다면 패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명예훼손이나 허위사실 유포 등 각 게시물에 대한 개별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이트 폐쇄가 자칫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잘못된 내용이 올라오면, 개별건에 대해 정보통신망법이나 명예훼손, 모욕 등으로 처벌하면 된다"며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다면, 국가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할 수 있는 통로가 막힐 수 있다"고 전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도 "결국 대통령 입맛대로 사이트 폐쇄가 계속되는 선례가 남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방미통위 등 행정처분은 가능하겠지만, 법적 소송까지 가면 예측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일베 폐쇄를 주장하는 법조계 목소리도 있었다. 헌법상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더라도, 사생활 등 개인의 자유권을 침해하는 순간부터 표현의 자유가 성립될 수 없다는 취지다. 특히 최근에는 커뮤니티 사이트 뿐만 아니라 유튜브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강력한 제재와 규제, 처벌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헌법재판소 재판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표현의 자유는 폭넓게 보장돼야 하지만, 정치적 이념과 생각을 보장하는 것이지 허위 사실 등을 폭넓게 보장하는 나라는 단 하나도 없다"며 "과거보다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등이 개인의 삶와 자유에 엄청난 피해를 입히고 있다. 과거의 수준에서 대응할 것이 아니라 강력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email protected] 정경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