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포럼] AI시대 방송, 소유 논쟁 넘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04 18:37

수정 2026.06.04 18:37

모정훈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모정훈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한국 미디어 산업이 생존의 갈림길에 섰다. 지상파와 케이블TV,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지역 미디어는 글로벌 플랫폼 공세 속에 광고 감소와 제작비 급등이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문제는 단순한 경기침체가 아니다. 인공지능(AI)과 플랫폼 중심의 새로운 질서가 기존 방송 산업의 문법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방송 산업의 위기는 산업 경쟁력의 위기인 동시에 규제체계의 위기다.

현재의 방송 규제는 전파와 채널이 희소자원이던 시대를 전제로 설계됐다. 그러나 오늘날 공론장은 방송사의 편성표보다 플랫폼 알고리즘 위에서 더 빠르게 형성된다. 방송 권력의 중심은 채널 소유에서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이동했다. 과거의 규제는 더 이상 현실을 설명하지 못한다. 글로벌 플랫폼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국내 방송법 규제는 거의 받지 않는다. 반면 국내 방송사는 여전히 소유제한, 광고 규제, 재승인 심사라는 과거형 규제 틀에 묶여 있다. 국내 사업자만 양손이 묶인 채 글로벌 플랫폼과 경쟁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가 여전히 공영성을 과거의 소유구조 논리로만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공영성은 더 이상 "누가 소유하느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정치 권력의 영향 아래 흔들리는 공영 구조 역시 우리는 이미 수없이 경험해 왔다. 반대로 민간자본의 참여가 곧바로 저널리즘 붕괴를 의미하지도 않는다. 중요한 것은 소유 형태가 아니라 거버넌스다. 편집권 독립과 뉴스룸 자율성을 실제로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구조가 존재하느냐다.

최근 방송사 소유구조를 둘러싼 갈등 역시 같은 질문을 던진다. 승인 절차의 위법성은 사법부의 몫이다. 그러나 글로벌 OTT와 빅테크의 공세 속에서 장기자본 투자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그 귀한 투자가 콘텐츠 경쟁력과 기술혁신이 아닌 소유권 분쟁과 정치 공방으로 소진된다면 산업 전체의 손실이다. 이제는 소유 주체를 둘러싼 논쟁을 넘어 어떤 제도와 거버넌스가 산업 경쟁력과 공적 책임을 함께 담보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모아야 한다. 소유권을 둘러싼 공방이 길어질수록 미래 미디어 질서를 위한 개혁과제는 의제의 뒷자리로 밀린다. 우리가 과거를 둘러싼 논쟁에 힘을 쏟는 사이, 미래를 설계할 골든타임은 줄어들고 있다. 시장 논리에만 맡기자는 것도 아니다. AI 시대의 공영성은 오히려 더 강한 기준을 필요로 한다. 알고리즘 추천이 여론을 좌우하고 AI 생성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투명성, 공적 저널리즘의 신뢰, 그리고 뉴스 데이터의 공공성이 핵심자산이 된다. 이제 공영성은 단순한 소유규제가 아니라 데이터와 알고리즘 시대의 공적 책임체계로 재설계돼야 한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과거 질서를 되돌리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플랫폼 시대에 맞는 새로운 공영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일이다. 어떠한 형태의 힘으로부터 독립된 편집구조를 만들지 못한다면 공영성은 지켜질 수 없다.
지속가능한 산업 기반 없이 공영성만 외치는 것 역시 공허하다. AI 시대 방송의 공영성은 소유의 문제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떻게 데이터를 통제하고, 알고리즘을 설계하며, 공적 신뢰를 지켜낼 수 있느냐의 문제다.

모정훈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