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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 관세 카드 꺼내든 美, 대응 서둘러 피해 줄여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04 18:40

수정 2026.06.04 18:40

무역법 301조 활용해 최대 17.5%
제도 개선과 설득으로 부담 낮춰야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 /사진=연합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 /사진=연합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법원 제동으로 상호관세 정책 추진에 차질을 빚자 새로운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무역법 301조를 활용해 무역 상대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미국의 10% 글로벌 관세 적용 대상인데, 이번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수출환경이 다시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일(현지시간) 한국의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금지 관련 법적 장치와 단속체계가 미흡하다고 평가하고 중국, 일본, 영국 등과 함께 12.5% 관세 부과 대상국으로 분류했다. 여기에 과잉생산 부문 조사 대상에도 포함돼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이 추가 관세 압박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잉생산 판정을 받으면 관세가 5%p 추가돼 최대 17.5%까지 부담해야 한다.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수출과 증시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의 추가 관세는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지난해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계획을 제시하며 관세 부담을 낮췄고, 대미 수출 실효관세율도 8.7%로 미국 10대 수출국 중 6위 수준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그동안의 협상 성과가 상당 부분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도 다음 달부터 철강 무관세 물량을 대폭 축소하고 초과 물량에 대한 관세를 50%로 인상할 예정이어서 통상환경은 더욱 녹록지 않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이 중국 제재에 활용한 전례가 있어 상호관세보다 강력한 압박 수단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그동안 미국 측에 관련 조치의 부당성을 설명해 왔지만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통제 제도가 미흡하다는 미국 측 평가를 피하지 못했다. 다만 이번 조치는 국내 강제노동 문제가 아니라 해외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차단 노력을 평가한 결과인 만큼 제도 개선을 통한 대응 여지가 있다.

미국은 다음 달 초 서면 의견수렴과 공청회를 거쳐 최종 조치를 확정할 예정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USTR 발표 직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의 화상면담에서 한국에 적용될 관세가 지난해 합의한 15% 수준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렇더라도 관세 부과 사유로 지목된 법적 장치와 단속체계를 점검하고 필요한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캐나다와 EU,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이 제도 개선을 통해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 그룹에 포함된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과잉생산 조사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반도체·자동차 업계와 공조해 가격정책의 투명성과 시장 경쟁의 공정성을 설명하고, 한국 기업들이 미국의 공급망 안정과 안보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해야 한다. 정부는 '적극 소통'이라는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 성과로 대응능력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한국이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통제 미흡국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채 최종 결정을 맞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