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환율이 심상치 않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40원대까지 치솟았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원화 가치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앉으면서 시장 불안도 커지고 있다. 14거래일 연속 1500원선을 웃돌면서 1500원대가 '뉴노멀'로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3고(高)'가 현실화하면서 민생경제 전반에도 비상이 걸렸다.
서울외환시장에서 5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4원 오른 1539.1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한때 1550원선을 위협하기도 했으나 장 막판 낙폭을 줄였다. 환율 상승의 배경으로 미국과 이란 간 협상 교착에 따른 고유가, 20거래일째 이어진 외국인 주식 순매도 등이 꼽힌다.
외환당국은 전날 고환율 흐름이 임계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해 "외환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과도한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 즉시 필요한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구윤철 부총리도 이날 "금융·외환시장 변동성과 민생물가에 각별히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당국의 경고에도 시장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당국의 이 같은 구두 개입만으로는 환율 상승세를 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들의 달러 자산 보유 전략 등으로 사상 최대의 수출 호조에 따른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도 원화 약세를 꺾지 못하고 있다. 이례적인 일이다. 환율 방어 부담은 외환보유액 감소로도 나타나고 있다. 5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269억9000만달러로 한 달 전보다 8억8000만달러 줄었다. 그렇다고 적극적인 시장 개입도 쉽지 않다. 자칫 투기적 수요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시장 심리를 되돌릴 만한 뚜렷한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주식복귀계좌(RIA) 유입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안전판 역할을 했던 한·미 통화스와프 재추진 논의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하반기 환율 전망도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1600원선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결국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미 고물가에 시달리는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물가 안정을 위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미국의 긴축 기조 장기화 전망까지 겹치면서 서민경제의 어려움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우선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3고'에 가장 취약한 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에 나서야 한다. 수입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지원도 시급하다. 장기적으로는 견고한 재정 건전성을 토대로 경제 체력을 길러야 한다. 경제의 자생력을 키워야 외부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원화 약세를 막아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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