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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젠슨 황과 연쇄회동, AI 주도권 확고히 쥘 계기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07 18:45

수정 2026.06.07 19:24

홍대 삼겹살, 강남 PC방 광폭행보
부품공급 넘어 기술표준 만들어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포털 PC방에서 유저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사진=뉴스1화상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포털 PC방에서 유저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사진=뉴스1화상
7개월 만에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연일 종횡무진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서울 강남의 치킨집에서 삼성, 현대차 총수와 깐부회동을 했던 황은 이번엔 홍대 삼겹살 식당에서 SK, LG, 네이버 회장과 만찬을 가졌다. 강남 PC방에선 게임회사 수장을 만났고, 을지로 평양냉면 식당에서 다시 현대차 회장과 회동했다. 이어 방송, 야구장까지 누볐다. 방한 마지막 날인 8일엔 국내 인공지능(AI), 로봇 스타트업 대표들과 비공개 간담회도 예정돼 있다.



엔비디아가 한국을 중시한다는 신호는 차고 넘친다. 황은 입국 첫날부터 "한국에 깜짝 놀랄 선물을 준비했다"며 이목을 끌었다. 그러면서 "한국은 탁월한 제조업 능력과 로봇산업을 지원할 거대한 생태계도 조성돼 있다"며 한국의 AI 저변을 평가했다. 황이 준비한 선물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루빈, 베라 중앙처리장치(CPU) 등과 관련된 국내 협력 프로젝트라고 한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저전력 D램 등 대규모 반도체 물량을 주문할 가능성도 있다. 연구개발(R&D)센터 설립도 공식화함으로써 차세대 AI 생태계 핵심 파트너로 한국에 손을 내민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한국 입장에선 엔비디아와 협력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소프트웨어 생태계는 현재 글로벌 AI 산업의 사실상 표준에 가깝다. 엔비디아가 구축한 생태계는 세계 기업들이 공통으로 올라 타는 거대한 인프라가 됐다. 엔비디아 플랫폼을 통해 한국의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징, 로봇 기술이 세계 시장과 바로 연결된다. 엔비디아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는 많이 있다.

문제는 협력방식이다. 세계로 가기 위해 엔비디아에 올라 타는 것은 필요하지만 부품을 공급하고 엔비디아 칩을 사서 쓰는 수준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뜻이다. 한국은 AI 시대 핵심 가치사슬에서 하청 공급사로 전락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반도체 호황의 외형에 취해 산업 주도권의 본질을 놓쳐선 안 된다는 뜻이다.

관건은 역시 피지컬 AI 주도권이다. 생성형 AI가 모니터 안에서 세계를 바꿨다면 피지컬 AI는 로봇과 자동차, 공장과 물류 현장에서 현실세계의 생산 시스템 전체를 뒤흔드는 기술이다. 한국은 자동차, 배터리, 조선, 전자, 반도체 공정이라는 강력한 물리적 기반을 갖고 있다. 이 기반 위에 AI 모델, 로봇 운영체계, 산업 데이터 등 제반 기술을 결합해야 진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황이 한국의 로보틱스 가능성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었다.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한국형 피지컬 AI 생태계 구축을 위한 지렛대로 삼아 한국 기업이 더 높이 날 수 있길 바란다.
정부는 한국의 제조현장을 AI 실험장으로 전환하는 현실적인 전략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기업은 막대한 제조 데이터를 자산으로 기술과 표준을 새로 만드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
더불어 기업 이익이 기술과 미래 투자를 위해 쓰일 수 있도록 폭넓은 사회적 지원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