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업이 뿌린 사회공헌의 씨앗
전기 사용량 데이터로 고독사를 막고 저출생 극복을 위해 난임 직원에게 치료비를 지원하며, 화염 속을 뛰어드는 소방 로봇을 개발하는 기업들. 지난 7주간 파이낸셜뉴스에서 담아낸 기업 사회공헌의 현장이다. 단순 기부나 일회성 봉사를 넘어, 기업의 핵심 기술과 역량으로 사회문제를 풀어가는 이 흐름은 우리 사회가 기업 사회공헌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잘 보여준다.
최근 국내외 기업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선언하는 데에서 나아가, 사회공헌을 기업 가치와 직결된 핵심 경영 전략으로 내재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 환경·사회적 활동 등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국제재무보고기준(IFRS) 재단 산하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전 세계가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ESG 공시 표준을 발표했다. 한국도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발맞춰 상장 기업을 중심으로 공시 의무화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ESG 공시가 이제 사실상 '제2의 재무제표'로 자리 잡는 것이다. 투자자와 소비자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사회공헌은 이제 기업의 평판과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됐으며 기업 경영의 새로운 기준으로 떠올랐다.
"좋은 일을 하기는 했는데, 얼마나 사회를 좋게 만들었나요?"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다. 지금까지의 평가는 주로 투입 중심이었다. 얼마를 기부했는지, 몇명이 봉사활동에 참여했는지가 주된 지표였다. 기업 사회공헌을 통해 실제로 수혜자의 삶이 얼마나 나아졌는지, 정부 지출이 필요한 공공 예산을 얼마나 절감해 주었는지는 제대로 측정되지 못했다. 일부 민간단체들을 중심으로 기업이 창출해 낸 사회적 가치를 화폐 단위로 환산해 측정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는 있지만, 데이터 수집의 어려움과 전문성 확보라는 과제 앞에서 일선 단체들은 아직 길을 모색하는 중이다.
성과로 드러날 때 비로소 인정이 따라오고, 인정이 따라올 때 발전이 시작된다. 성과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하면 선한 의지로 시작한 사회공헌 활동이라도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이 딜레마를 풀기 위해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다만, 사회공헌의 성과는 정부가 일률적으로 평가하기보다 민간이 스스로 측정하고 입증할 수 있도록 기반과 역량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간이 자율적으로 측정하고 입증할 때 훨씬 신뢰성이 높아지며, 창의성과 혁신성도 북돋아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창출된 성과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구조를 만드는 것은 또 다른 과제다. 성과가 세제·포상 등 인센티브와 연결될 때 기업은 더 전략적으로 사회공헌을 설계하게 되고, 민관협력은 자연스럽게 확대될 것이다. 기업이 사회공헌의 성과를 스스로 평가하고, 그 평가가 실질적인 보상으로 이어지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파이낸셜뉴스의 7주에 걸친 기획기사가 보여준 것처럼, 기업의 사회공헌은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서 묵묵히 작동하고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기업의 선의가 성과로 증명되고, 그 성과가 다시 사회를 변화시키는 선순환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앞장서겠다. 기업과 사회, 정부가 함께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때 우리 사회는 더욱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