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한글, 일본은 한자 없인 못살아"…일본인이 쓴 '뼈저린 자각'
[파이낸셜뉴스] "한국은 한자를 사실상 버렸는데 왜 일본은 여전히 한자를 사용하고 있을까."
지난 12일 X(옛 트위터)엔 한 일본인이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쓴 트윗이라며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이 일본인은 "(한국인은) 한자를 없애는 게 진보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 거 같았다. 우리가 한자를 바라보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이후 온라인에는 해당 글이 화제가 됐고 한·일 양국의 문자 체계가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 배경으로 관심이 이어졌다.
미국의 일본 문화 전문 매체 '언신재팬'은 지난 14일(현지시간) '한자는 영원한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분석했다.
언신재팬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은 모두 중국 한자를 받아들여 문자 문화를 발전시켰지만, 역사와 언어 구조의 차이로 인해 전혀 다른 문자 체계를 갖게 됐다
현재 일본은 한자와 히라가나, 가타카나를 함께 사용하는 복합 문자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정한 상용한자는 2136자에 달하며 학교 교육과 공문서, 신문, 방송 자막 등에서 폭넓게 사용된다.
이에 비해 한국은 한글 중심의 문자생활이 정착됐다. 한자는 인명이나 지명, 역사 자료, 전문 용어 등에 일부 사용되고 있을 뿐 일상생활에서는 대부분 한글만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일본에서도 한자를 없애려는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메이지 시대부터 한자 폐지론과 가나 전용론, 로마자 전환론 등이 제기됐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연합군 점령기에는 한자 개혁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도 했다. 한자가 문해력을 떨어뜨린다는 게 한자 개혁의 이유였다.
그러나 개혁은 끝내 성공하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일본어 특유의 언어 구조 때문이었다.
일본어에는 발음은 같지만 의미가 다른 동음이의어가 많다. 한자는 이런 단어들의 의미를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일본어는 띄어쓰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아 한자가 단어의 경계를 보여주는 시각적 표지 역할까지 수행한다.
실제로 전후 일본 정부가 실시한 문해력 조사에서는 문맹률이 2%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일본 사회는 한자 폐지 대신 사용 범위를 조정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반면 한국은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이라는 강력한 대체 문자를 보유하고 있다. 한글은 소리를 그대로 적는 표음문자로 배우기 쉽고 한국어 구조에 적합했다. 특히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민족 정체성과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 잡으며 한글 중심 체계가 더욱 강화됐다.
해방 이후 정부 문서와 교육 현장에서 한글 사용이 확대됐고, 디지털 환경 역시 한글 전용 흐름을 가속화했다. 한국어 역시 상당수 어휘가 한자어에서 유래했지만 일본어보다 동음이의어 문제가 상대적으로 적어 한글만으로도 의미 전달이 가능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한국이 한자를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다. 현재도 학교에서는 약 1800자의 한자를 교육하고 있으며 법률·역사·철학·의학 분야에서는 한자 지식이 활용된다. 최근에는 문해력 저하 논란과 함께 한자 교육 확대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