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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수요 급증에 '속도'… 계통 보강·방폐장·정책 연속성 숙제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신규원전 건설 후보지 선정
영덕, 사전절차 끝나 건설시간 단축
기장, 고리 인접해 원전인프라 강점
정부 "2038년 원전 비중 35% 이상"

전력 수요 급증에 '속도'… 계통 보강·방폐장·정책 연속성 숙제

이번 신규원전 건설 후보지 선정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후속 조치다. 정부는 2038년까지 원전 설비 비중을 35%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고, 신한울 3·4호기 외에 신규 부지가 필요했다. 더욱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따른 전력수요 급증이 신규원전 추진 배경으로 지목된다. 다만 부지 선정이 끝났다고 원전 건설이 순탄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계통 보강, 고준위 방폐장, 정책 연속성이라는 세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지난 3월 16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해안 마을(일명 따개비 마을) 도로 주변에 정부의 신규원전 유치를 찬성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뉴스1
지난 3월 16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해안 마을(일명 따개비 마을) 도로 주변에 정부의 신규원전 유치를 찬성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뉴스1

■사전절차 완료된 영덕, 원전 인프라 갖춘 기장

17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부지선정평가위원회는 4~5월 부지·환경 기초조사, 5월 현장실사, 6월 주민 여론조사를 거쳐 부지 적정성·환경성·건설 적합성·주민 수용성 4개 항목을 종합 평가했다.

영덕은 2017년 탈원전 정책으로 백지화된 천지원전 예정지(약 324만㎡)를 활용한다. 이 부지는 이미 지질조사·환경검토·전원개발구역 지정까지 완료된 상태로, 신규 부지에 비해 인허가 기간을 상당히 단축할 수 있다. 이것이 부지 적정성과 건설 적합성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배경으로 꼽힌다. 주민 수용성 면에서도 강점을 보였다. 영덕은 1990년대부터 30년 가까이 원전 유치를 추진해온 지역으로, 이번 유치 신청 당시 주민 찬성률이 86%에 달했다. 경쟁지인 울주는 새울 원전단지와의 인접성과 석유화학산업단지의 전력 수요를 강점으로 내세웠으나 주민 수용성과 부지 적정성 항목에서 영덕에 뒤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장은 고리 원전단지와 인접해 운영 인력·기반 시설을 SMR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건설 적합성 평가에서 유리하게 작용했다. 고리 단지에는 국내 원전 운영 경험이 가장 오래 축적돼 있어 SMR 실증 부지로서 적합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고리 1호기 해체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SMR을 통해 지역 원전 산업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경쟁지인 경주는 한수원 본사와 월성 원전, 중저준위 방폐장 등 원전 인프라를 앞세웠으나 주민 수용성 항목에서 기장에 밀린 것으로 전해졌다.

■계통 보강·고준위 방폐장·정책 연속성 확보 필요

부지 선정 이후 넘어야 할 과제는 세 가지다.

우선 송전계통 문제다. 영덕이 연계될 동해안 765㎸ 계통은 한울·신한울 원전과 동해안 해상풍력이 이미 접속해 있어 추가 여유가 크지 않다. 2.8GW를 더 수용하려면 수도권까지 이어지는 초고압직류(HVDC) 등 별도 송전설비가 필요한데, 인허가와 주민 수용 문제로 건설에 10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동해안~수도권 간 HVDC 노선은 경북·강원·수도권을 관통하는 수백㎞ 구간으로, 경과지 지자체와의 협의만 해도 수년이 소요될 수 있다. 원전 준공(2038년) 전 계통 연계 완료 여부가 불확실한 만큼 송전망 공사를 원전 건설과 병행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올해 도입한 민간 참여 송전 건설 제도가 속도를 낼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재생에너지 계통 접속 지연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채 원전까지 추가되면 동해안 계통 과부하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준위 방폐장도 미결 과제다. 올해 3월 시행된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은 2050년 이전 중간저장시설, 2060년 이전 영구처분시설 운영을 목표로 하지만 처분장 부지 선정 절차는 착수조차 되지 않았다. 핀란드·스웨덴 등 선진국도 고준위 방폐장 부지를 확정하는 데 수십년이 걸렸다. 원전을 추가할수록 사용후핵연료 누적량은 늘어나는 구조여서 방폐장 문제를 미룰수록 부담은 커진다.

정책 연속성도 변수다. 2031년 착공, 2038년 준공 일정은 두 번의 대선에 걸쳐 있다. 2017년 탈원전 선언으로 천지원전이 취소된 전례가 있는 만큼 국회에 계류 중인 원자력진흥법 개정안을 통해 신규 원전 건설 절차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지 선정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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