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보다 무서운 점도표…연준 '매파 전환'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시장은 안도하지 못했다. 연준이 올해 물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사실상 예고하면서 뉴욕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신임 케빈 워시 연준 의장도 "물가 안정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밝히며 긴축 기조를 재확인했다.
연준은 1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했다. 연준 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금리를 결정한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이다.
이날 시장의 관심은 기준금리 동결보다 향후 금리 경로에 집중됐다.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dot plot)는 위원들의 시각이 3개월 전보다 한층 매파적으로 기울었음을 보여줬다. 점도표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예상하는 향후 기준금리 수준을 점으로 표시한 자료로, 시장이 연준의 금리 경로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점도표에 따르면 전체 18명의 위원 가운데 절반인 9명이 올해 안에 최소 한 차례 이상의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이 가운데 3명은 0.25%포인트 한 차례 인상을, 5명은 총 0.50%포인트 인상을 예상했다. 나머지 1명은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려야 한다는 가장 강경한 전망을 내놨다. 반면 연말까지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해야 한다고 본 위원은 8명이었으며, 금리 인하를 예상한 위원은 단 1명에 그쳤다.
지난 3월 경제전망에서는 연말 기준금리 중간값을 3.4%로 제시하며 연내 한 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했지만, 이번 수정 경제전망에서는 중간값을 3.8%로 높이며 연내 한 차례 금리 인상으로 전망을 뒤집었다.
다만 워시 의장은 자신의 점도표 전망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평소 연준이 경제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향후 기준금리의 단기 경로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던스를 제시하는 것을 자제하고, 연준 관계자들의 공개 발언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연준은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큰 폭으로 상향 조정했다.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3.6%,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3.3%로 각각 제시했다. 이는 지난 3월 전망 당시 각각 2.7%였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높아진 수치다. 모두 연준의 물가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았다.
연준은 정책결정문에서 "인플레이션은 에너지를 포함한 일부 부문의 가격 상승을 초래한 공급 충격을 일부 반영해 여전히 2%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다"며 "위원회는 물가 안정을 달성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시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연준의 물가 목표는 2%"라며 물가 안정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실업률 전망치는 4.3%로 제시해 기존 전망보다 0.1%포인트 낮췄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보다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시장을 떠받치던 금리 인하 기대가 사실상 사라지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빠르게 식었다.
특히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FOMC 성명 발표 직전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며 사흘 연속 사상 최고치 경신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연준의 매파적 기조가 확인되자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고, 전날 처음 돌파했던 5만2000선도 다시 내줬다.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07.12포인트(0.98%) 하락한 5만1492.55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91.25포인트(1.21%) 내린 7420.10,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354.69포인트(1.35%) 하락한 2만6021.66으로 장을 마감했다.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도 빠르게 확대됐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1.94포인트(11.84%) 급등한 18.35를 기록하며 두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냈다.
미국 국채 수익률은 전 만기 구간에서 일제히 상승했다. 기준물인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0.065%포인트 오른 4.491%, 장기금리 지표인 3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0.002%포인트 상승한 4.931%를 기록했다. 특히 통화정책에 가장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0.154%포인트 급등한 4.201%까지 치솟으며 시장의 긴축 우려를 반영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