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발 이식 후 탈모 약, 꼭 먹어야 할까?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수석탈모분과위원장 김진오의 '탈모 탈출'
[파이낸셜뉴스] 의학적 관점에서 모발 이식이 탈모 치료의 종착지는 아니다. 모발 이식은 앞으로 일어날 탈모를 예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탈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발 이식 후 탈모가 관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모발 이식이 빈 영역을 '재건'한다면, 모발 이식 후 약물 치료는 그 뒤의 영역을 '유지'하고 심은 머리를 키워내는 힘이 된다.
두피는 모발 이식이라는 수술을 통해 자극을 받으면 일종의 격변기를 겪는다. 이때 찾아오는 필연적인 불청객이 바로 동반 탈락 현상이다. 이식 부위 주변에서 위태롭게 자리를 지키던 기존 모발이 수술 충격과 국소 마취, 미세한 혈류 변화를 견디지 못하고 일시적으로 휴지기 상태로 전환되어 우수수 빠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수술이 아무리 잘 되었어도 1~3개월 사이에 머리가 전보다 더 비어 보이는 암흑기가 오면 환자들은 스트레스와 불안감에 휩싸인다. 이때 피나스테리드나 두타스테리드 같은 탈모 치료제는 두피 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 농도를 급격히 낮춰 모낭 세포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빠진 모발이 다시 성장기로 빠르게 복귀하도록 돕는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그동안 의학계의 지배적인 정설은 이식모가 호르몬의 영향을 받지 않는 우성 성질을 가졌기 때문에, 사후 약물이 이식모 자체의 생착률에는 직접적인 관여를 하지 않는다는 편이었다. 약물은 그저 이식모 사이를 메우고 있는 기존 모발을 지키는 소극적인 보조 수단으로만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학계에 보고된 전향적 비교 데이터들은 고정관념을 바꾸고 있다. 비절개 모발 이식을 한 환자들을 1년간 정밀하게 추적했더니, 약물을 꾸준히 복용한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평균 이식모 생착률이 94% 대 90%로 나타났다. 약물을 꾸준히 복용한 집단의 생착률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던 것이다. 게다가 단위 면적당 모발 밀도 증가량에서도 28.6모 대 24모로 우위를 보였다.
물론 이 연구가 단일 기관의 소규모 임상이고 위약 대조군 맹검이 완벽하지 않아 일부 동반 탈락 회복기의 착시가 섞여 있을 수 있다는 학술적 한계는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약물을 복용한 환자들의 두피 미세 환경이 더 건강하게 유지되어 모낭 세포가 이식 직후 겪는 허혈과 재관류 손상을 줄였다는 방증을 확인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식모와 주변모 모두의 성장기를 연장하고 생장 흐름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온 셈이다. 데이터가 증명하는 이 작은 차이는 결국 임상 현장에서 환자가 체감하는 최종 만족도와 풍성함의 깊이를 다르게 만든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약물들을 전략적으로 조합하면 수술 결과는 더욱 극대화된다. 모낭을 공격하는 적을 전방에서 차단하는 억제제와, 모낭에 직접 산소와 영양을 주는 혈류 확장제를 동시에 사용하면 모발 이식의 결과는 더 극대화될 수 있다. 두피 미세혈관을 열어주는 미녹시딜 치료를 병행하면 이식모가 겪는 전형적인 암흑기 주기가 평균 4~6주가량 단축되었다는 연구도 있다. 미녹시딜이 수술 부위에 산소와 영양분을 빠르게 공급함으로써 모낭 세포를 성장기로 조기에 진입시키기 때문이다.
모발 이식 이후 약물 복용은 단순히 머리카락이 덜 빠지게 하는 소극적인 방어를 넘어선다고 볼 수 있다. 수술을 통해 시각적으로 개선한 모습을 유지하고 세포의 잠재력을 100% 끌어올리는 적극적인 투자다.
기존의 연구와 논문들이 공통으로 시사하는 바와 같이, 약물 복용을 소홀히 하면 아무리 훌륭한 수술도 빛을 바래기 쉽다. 모발 이식은 탈모 약이라는 새로운 시작과 맞닿아 있다. 수술 후 지속적인 치료가 모발 이식의 최종 승패를 가르는 진정한 분수령이다.
kind@fnnews.com 김현선 기자










